민간 싱크탱크 니어(NEAR)재단 포럼
산학 전문가 모여 보조금 필요성 논의
전략적 보조금 지급 필요 의견도 나와
"반도체 보조금 전쟁이다. 중국이 땔감을 대고 미국이 불을 지폈다. 한 나라라도 주기 시작하면 안 주는 나라가 바보가 되는 비정한 게임이 시작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간 싱크탱크 니어(NEAR)재단 포럼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세계 반도체 전쟁, 한국은 승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김 위원은 미국의 경우 국가 단위뿐 아니라 주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법을 내놓고 있다며 "우리도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반도체 업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한 생각을 나눴다. 최근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앞다퉈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며 지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보조금 등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정부 지원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경쟁국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국가 차원의 투자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과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정부의 직접적인 보조금 정책은 이미 타 선진국 대비 뒤처진 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에만 집중된 보조금 논의를 팹리스(설계)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범용(레거시) 분야로 확대해 전략적인 지급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연 팀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은 자국이 부족한 반도체 분야에 보조금을 쓴다"며 "(국내 경쟁력이 높은) 메모리보단 소부장, 디자인, 파운드리 등 취약 분야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첨단 반도체만 주목하고 있는데, 범용에도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의 경우 "국가 세금을 투입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기에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고, 정치적인 합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이 있기에 이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익을 분배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나라 보조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건 방지해야 한다"며 국가 지원 확대 필요성에는 강조점을 뒀다.
산업 단에선 제조 대기업으로 향한 반도체 보조금이 다양한 소부장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종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연구센터장은 "반도체 제조 기업에 보조금을 주면 해당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면서 국내 장비를 쓰는 등 소부장 협력사들과 사업을 키울 수 있다"며 "그에 따라 낙수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반도체 토대가 되는 기초과학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새롭게 재편되는 반도체 공급망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현재 (새로운) 반도체 동맹의 구체적인 모습이 구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판 반도체 동맹이 미중 간 선택을 넘어 위험을 분산하면서 한국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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