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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MZ변호사 기업행 가속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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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차 에이스 이직 늘어
기업들 인재모시기 적극 나서
“연봉 보다 워라밸 중시”

대형로펌에서 기업 법무팀으로 옮기는 3~7년차 주니어 변호사들의 이직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엘리트 변호사들의 커리어 우선순위에서 연봉 ‘킹’ 대형로펌보다 워라밸 ‘갑’인 대기업이 각광받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엘리트 자원을 뺏긴 대형로펌들은 다시 경쟁로펌에서 경력 변호사를 뽑는 등 기업발 로펌 인재 쟁탈전이 반복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법무팀에는 최근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변호사가 한꺼번에 경력 입사했다. 이 회사는 최근 3,4년 간 신입 변호사를 뽑지 않고 법조 경험 2,3년 이상의 경력 변호사만 뽑고 있는데 대부분 대형로펌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인사 담당 부서에서 ‘대형로펌 출신 저연차 변호사 위주로 뽑으라’는 채용 방침이 정해졌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대형로펌 MZ변호사 기업행 가속 [이미지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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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형로펌 영입 1순위였던 젊은 엘리트 변호사들의 기업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때문이다. 로펌 파트너변호사가 돼 수임 압박을 받느니 상대적으로 편한 업무 환경에서 법률 업무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업변호사가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요즘 (안나갈) 주니어 변호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국내 10위권의 한 대형로펌에선 최근 주니어 변호사 부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3~7년차 변호사들의 김·장, 태평양, 광장 등 경쟁 로펌으로 이직 행렬이 반복되면서 ‘잘 키운’ 후배들을 떠나보내는 데 지친 파트너 변호사들이 어쏘변호사와의 업무협조나 교류 측면에서 전보다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빅펌에서 기업변호사로 빠진 인력을 차순위 로펌의 변호사 영입으로 ‘돌려막기’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애써 노하우를 가르쳐봤자 다른 로펌이나 사내변호사 이직 밑천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이 주니어 변호사 유출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로펌의 지속가능성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송무 보조 등을 허리급인 주니어파트너 변호사들이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고참만 많고 신입은 부족한 ‘역피라미드’ 구조가 계속되면 장기적 경쟁에서 퇴보할 수밖에 없다.


주니어에겐 기업변호사 1순위


원래 대형로펌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취업 선호도 1순위였다. 연봉도 많고 일을 배우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해외 연수나 교육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고, 송무와 자문 등 업무를 배우며 상대적으로 고연차인 파트너 변호사들로부터 얻는 노하우도 많다. 학자금 대출지원 등 복지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로펌 규모나 연봉보다 워라밸에 가치를 두고 선택하는 MZ세대 변호사들이 늘면서 로펌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형로펌에서는 어쏘 변호사에게 상당한 결과물을 요구한다”며 “특히 요즘 남녀 공동 육아문화가 조성되며 젊은 변호사들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이 체계적인 진용을 갖추면서 이전보다 승진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사 적체로 파트너 승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판·검사와 주요 정부 부처 출신 변호사들이 대표변호사나 파트너변호사로 로펌에 합류하는 일은 더 잦아졌다.


반면 기업변호사는 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고 대우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 회사원처럼 9시출근 6시퇴근(9to6) 실현이 가능하고 회사 법률 자문과 계약 검토 등 숙련도에 따라 업무 부담이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사법리스크가 터지더라도 다른 로펌으로 사건을 연결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대형로펌 출신의 한 기업법무팀 변호사는 “향후 대학교수 등의 커리어를 위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전에 근무하던 로펌에서는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해서 논문을 작성할 시간이 없었다”며 “기업변호사로 이직한 뒤에는 이전보다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겨 논문을 틈틈이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변호사들의 기업행 선호를 반영하듯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 회원 수는 2018년 1974명에서 올해 3월 기준 2706명으로 37.1%(732명) 증가했다.


“대형 로펌 경력이 스펙 쌓기용”


기업변호사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업행은 점점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로펌식 도제 교육보다 업무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경력 변호사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에선 아예 신입 공채 대신 사내 추천 등 경력 채용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2030 변호사 사이에선 기업변호사로 가기 위한 스펙으로 대형로펌이나 재판연구원(로클럭) 등 경력을 쌓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서초동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가 향후 대기업 입사를 위해 대형로펌에 먼저 지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유능한 법조 자원들이 대기업, 대형로펌으로 쏠리면 결국 법원과 검찰의 인재 확보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변호사의 이직이 잦아지다 보니 로펌의 리크루팅도 우수한 신입 변호사를 입도선매하는 전략에서 건설부동산, 자본시장 등 특정 업무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경력변호사들을 집중 영입하는 ‘스토브리그(계약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기간) 경쟁’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아예 신입 변호사 공채를 폐지하는 곳도 생겼다.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해부터 경력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수시 공채로 채용 시스템을 개편했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변호사는 “로펌의 리쿠르트 담당 변호사들의 주 임무가 우수 인재 ‘선발’에서 ‘지키기’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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