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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함께 걸어 행복했다"…홀로서기 청년들의 특별한 오사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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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풍선, 제4회 '꿈 만들기' 프로젝트
여행 약자 해외여행 지원 사업
자립준비청년 18명, 2박3일 추억만들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9일. 일본 오사카 패키지여행에 나선 대학생 이성훈 군(이하 가명)은 오전 일정에 맞춰 관광버스를 타고 교토로 이동하면서 또래 친구들에게 미리 준비한 핫팩을 나눠줬다. 현지 편의점에서 간식 등을 살 수 있도록 여행사에서 제공한 5070엔(약 4만5000원)짜리 선불카드를 자신이 아닌 동료들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이날은 아침 최저기온 영상 7도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날씨가 꽤 쌀쌀했다. 이 군은 "전날에도 비가 많이 오고 춥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준비했다"고 했다.


이 군에게는 이번 패키지 투어가 생애 첫 해외여행이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는 그는 중간고사 준비도 뒤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20~23세 여성 11명, 남성 7명 등 총 18명으로 꾸린 단체 여행이다. 고향도, 거주지도 각기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자립준비청년'이다. 부모의 부재 또는 보호자나 양육 담당자가 마땅치 않아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가정 위탁시설 등의 보호를 받다가 통상 만 18세 이후 보호 기간이 끝나고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들을 뜻한다.


[르포]"함께 걸어 행복했다"…홀로서기 청년들의 특별한 오사카 여행 노랑풍선 관계자와 꿈 만들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일본 오사카성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노랑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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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큰 울림, 배려·소통으로 함께 만든 여행

이들은 직판여행사 노랑풍선이 해외여행 기회가 제한적인 '여행 약자'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 '꿈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중학교 때부터 패션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는 유현우 군은 손수 옷감을 고르고 재단해 장식까지 부착한 의상을 입고 맵시를 뽐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내가 입는 옷에 관심을 보여 구매를 대행해 주기도 했다"며 "재단과 재봉을 하고 액세서리를 부착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직접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2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린 이들은 나고야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성(城)으로 꼽히는 오사카성을 찾아 첫 일정을 소화했다.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기념 촬영을 하고, 현지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르포]"함께 걸어 행복했다"…홀로서기 청년들의 특별한 오사카 여행 노랑풍선 꿈 만들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리버크루즈에 탑승해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다음 일정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광지 도톤보리 방문. 도톤보리강을 왕복하는 리버크루즈를 타고, 번화가인 신사이바시 쇼핑가도 둘러봤다. 어느덧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기로 한 시각이 다가왔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초행의 낯섦 때문인지 일부 참가자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을 찾고 기다리느라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버스가 식당에 도착했다.


길을 잃었던 참가자는 인솔자를 만나 한참 뒤에야 일행에 합류했는데,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다"며 저녁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송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장에서 누구도 불평하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던 다른 참가자들은 이 메시지에도 괜찮다는 마음의 표시로 이모티콘을 달았다.


식사를 마치고 오사카 숙소에 첫날 여장을 푼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방에 모여 늦은 밤까지 얘기를 나눴다. 한 참가자는 "자립준비청년으로서 필요한 정보나 어려운 점에 대해 공유했다"며 "어색함이 누그러지고 한결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현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이튿날에는 옛 일본 귀족들의 휴양지인 교토 아라시야마와 대나무 숲이 울창한 치쿠린을 찾았다. 오후에는 현지 관광 명소로 불리는 청수사를 비롯한 유적지에도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숲길과 언덕을 따라 걷고 대화하면서 함께하는 여행의 가치를 몸소 체험했다. 이수민 양은 "많은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서 여행한다는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다니면서 사람이 많아서 훨씬 재미있다고 느꼈다"며 "참가자 모두와 빠짐없이 대화하면서 여행하는 동안 많이 웃기도 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르포]"함께 걸어 행복했다"…홀로서기 청년들의 특별한 오사카 여행 노랑풍선 꿈 만들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를 찾아 대나무숲이 울창한 치쿠린을 걷고 있다.
사회적 약자 위한 꿈 만들기…내실·외연 확장

노랑풍선은 2018년부터 꿈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다. '함께 나누는 우리'라는 비전 아래 본업인 여행업을 활용한 여행 약자들의 여행 지원이 목표다. 앞서 세 차례 프로젝트는 조손,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 결손가정 보호자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 오키나와와 태국 방콕·파타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에서 행사를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성인 참가자인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1987년부터 37년째 사회적 약자 지원사업을 전개해온 사회복지 비영리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에서 동행을 제안했다.


김정호 함께하는 사랑밭 국내사업팀 대리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부모나 양육자의 도움 없이 독립과 진학, 취업 등을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막막함과 불안감이 크다"면서 "경제적인 고민뿐 아니라 진로에 대한 방향을 잡는데 서툴고,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꿈 만들기 프로젝트에 손을 내민 것도 이들이 또래와 고민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장래를 설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서다.


소정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참가자들은 지난달 두 차례 사전모임을 진행하며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활동, 번아웃(정신적 탈진)이나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한 방법 등을 공유하며 거리감을 좁혔다. 참가자 윤형수 군은 "이번 여행을 통해 독립심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르포]"함께 걸어 행복했다"…홀로서기 청년들의 특별한 오사카 여행

실제 적극적으로 진로를 모색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일본 여행 전문 가이드 김동규 씨는 "이번 여행을 함께하면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한 참가자가 가이드 업무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면서 "일정이 끝나더라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문의하면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했다. "향후 비슷한 환경을 겪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한 청년도 있다.


행사를 마친 뒤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참가자의 67%가 '매우 만족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답변을 포함해 긍정적인 평가가 90%에 달했다. 익명의 한 설문 참가자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이후 마음 편히 쉰 적이 없었다"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남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는 계기였다"고 썼다. 노랑풍선과 함께하는 사랑밭은 이달 안에 참가자들과 사후 모임인 '꿈 시사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번 여행을 추억하면서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다. 모든 참가자들이 여행을 통해 느낀 소감과 향후 계획이나 목표, 진로 등에 대해서도 공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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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만들기 프로젝트는 참가자들과 관련 업계의 관심 속에 성장하고 있다. 박상욱 노랑풍선 총무팀장은 "산업·유통·금융 등 행사 취지에 공감한 다른 업종에서도 꾸준히 협업을 타진해 오고 있다"며 "참가 대상과 연간 여행 횟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사카=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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