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의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외신은 7일(현지시간) OECD 최신 자료를 인용해 38개 선진국의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5.3%를 기록해 직전월(6.2%)보다 둔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11월의 16.2% 대비로도 확연히 낮아진 수준이다.
앞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공급망이 직격탄을 입으면서 식료품 가격은 급등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가뭄 피해 등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해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겪은 사람들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약 3억3300만명에 달한다.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메라는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며 최악 상황을 겪었다"면서 "농산물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점을 찍은 후 지난 2년간 크게 떨어졌고, 이는 소매 부문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티로웨프라이스의 토마스 윌라덱 역시 "공급망이 완전 정상화됐고, 가스 가격은 역사적으로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고, 흑해 일대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도 재개됐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OECD는 이날 공개되는 인플레이션 업데이트를 통해 202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인 식료품 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공개한 별도의 수치에서도 시리얼, 설탕, 육류를 포함한 식료품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오던 FAO 식량가격지수는 3월 118.3으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9.9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외신은 "식료품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는 산업화한 국가들에서 확산하고 있다"면서 "최근 OECD 수치는 고점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국가별로 미국의 2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2%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8월에는 11.4%였었다. 영국의 식료품 및 비알코올 음료 물가 상승률도 2023년 3월의 19.2%에서 지난 2월 5%대까지 내려갔다. 유로존의 경우 3월에 2.7%를 기록하며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높은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확인된다. 주요 외신은 FAO 지수가 3월 급등한 배경으로 계절적 요인 외에도 대두, 해바라기, 유채 등의 가격 급등을 꼽았다. 인도의 쌀 수출금지 조치로 인해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쌀을 주식으로 수입하는 국가들의 식료품 인플레이션도 상승 중이다. 터키의 경우 리라화 약세 여파 등으로 3월 식료품 물가가 전년 대비 70% 이상 뛰었다.
주요 외신은 최근 농산물 가격 하락 등에도 식료품 소비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먼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꼽았다. 일례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빵의 가격에서 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상당이라는 설명이다. 그 외에도 제작, 마케팅, 포장, 유통, 이윤 등이 따라붙는다. 또한 상품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는 최근 농산물 가격 하락 여파가 내년 식료품 진열대에 반영될 것임을 뜻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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