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완공 후 연말 장비 반입
2027년 2나노 반도체 생산 "계획대로"
"미 IBM에 연내 100명 추가 보내 200명 교육"
일본 대기업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의 코이케 아츠요시 사장이 2027년 2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연내 공장 건설을 마무리 짓고 내년 4월 시제품 생산 라인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8조원이 넘는 대규모 지원을 등에 업은 라피더스가 2나노 반도체 양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코이케 사장은 전날 경제산업성의 5900억엔(약 5조2500억원) 추가 지원 발표 이후 도내 기자회견에서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설립 초기 700억엔 규모의 개발비를 지원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2600억엔을 더 지원했다. 여기에 5900억엔을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라피더스가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지원금은 총 9200억엔(약 8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오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코이케 사장은 "2025년 4월 2나노 시제품 라인 가동을 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에 대해 목표가 세워졌다"면서 "올해 10월 공장 완공 후 연말에 장비를 반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세한 과제는 있지만, (기존에 목표로 했던) 2027년 양산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실현해 나갈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이케 사장은 후공정 기술 연구개발(R&D)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금 중 500억엔은 후공정 기술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후공정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첨단 반도체의 경우 미세화를 통한 성능 향상뿐 아니라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작업에서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이케 사장은 "세이코엡손의 치토세 사업소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공정과 후공정을 한 곳에서 하려고 한다"면서 "후공정용 공장을 새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꼭 필요한 인력 확보 문제와 관련해 코이케 사장은 "현재 라피더스 직원 100명이 미국 뉴욕주 올버니에 있는 IBM 본사에서 제조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추가로 100명을 더 보내 200명이 교육받게 할 것"이라며 "일본이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였던 시절을 아는 기술자가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달 1일에는 신입사원이 들어와 사원 수가 300명이 넘었다. 향후 대졸 신입사원과 숙련된 기술자를 반반으로 구성하고자 한다"면서 "기술자 채용 이슈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이케 사장은 라피더스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경쟁사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속도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일본의 뛰어난 재료·장비 업체들과 제휴해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출 것이라고도 말했다. 제휴 관련해서는 "홋카이도의 연구 거점 외에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해외 연구기관과도 협력한다"면서 모든 연구기관, 재료·장비 업체와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을 받았지만, 반도체 양산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자금 조달과 관련해 코이케 사장은 "양산을 위해선 5조엔, 이 중 개발을 위해서는 2조엔의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계속해서 양산을 위한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필요한 시기가 되면 설명하고자 한다. 기술력을 명확히 해 자금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혼란을 겪은 이후 반도체 국산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전날 각료회의 후 라피더스 추가 지원 소식을 전한 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은 일본 산업 전반의 핵심"이라며 "경제산업성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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