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0시부터 대마 합법화돼
성인은 최대 25g 소지 가능
정부 "대마초는 여전히 위험"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애연가들이 몰려 일제히 대마초를 피웠다. 자욱한 연기가 주변을 가렸지만, 경찰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지난 1일 0시(현지시간)부터 독일에서 대마 재배 및 소지가 합법화된 탓이다.
대마초는 한때 독일의 마약류법상 금지 물질 목록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날부터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앞으로 독일 정부는 성인 1인당 최대 25g의 대마초 보유를 허용하며, 대마초용 대마 3그루를 재배할 수 있게 한다. 씨앗은 7개, 꺾꽂이한 가지는 5개까지다.
독일 정부가 대마 소지를 합법화한 이유는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일명 '대마초사교클럽'을 통한 대마초 지급도 허용되며, 클럽이 회원들을 위해 대마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독일은 앞서 2017년 3월 의료용 대마법을 시행하면서 대마초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단 이때는 일부 중환자를 위해 의료용으로만 사용됐다. 이후 대마 합법화를 둘러싼 독일 사회의 갑론을박은 더욱 치열해졌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대마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마초 소비 증가와 마약범죄, 암시장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통제된 합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유감스럽게도 실패한 대마초 정책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법화하지만, 대마초는 여전히 위험"하다며 "아무도 이 법안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어디까지나 대마초로 인한 암시장 형성 및 그에 따른 범죄를 막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야당인 보수 기민당,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대마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민당 대표는 만일 오는 2025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즉시 해당 법을 폐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의 대마초 애연가들 1500여명은 법안이 시행되는 1일 0시에 맞춰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단체 흡연'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현장엔 경찰이 배치됐지만, 이들을 제지할 순 없었다.
한편 학교, 체육시설 반경 100m 안에선 여전히 대마초 흡연이 금지된다. 보행자 전용도로에서도 오후 8시 이전에는 피울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여전히 대마를 흡입해선 안 된다. 앞서 주독일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26일 '독일 대마 부분 합법화 관련 주의사항 안내'를 올리고, 한국인이 대마를 사용하면 처벌 대상임을 확실시했다. 대사관은 "단 한 번이라도 대마를 섭취했을 때 각종 검사를 통해 성분이 검출될 수 있으니 주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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