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 보면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
집 산 사람 소득 얼만지 가늠 가능
2022년 2분기 최고점 뒤 하락세지만
10년 평균값보다는 다소 높아
장기 평균값에 가까워져야 구입 적기
봄 이사철이 오면 내 집을 사야할지, 전세를 더 살지 무주택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똘똘한 아파트’ 한 채 구입해 시세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차치하더라도 자녀가 더 크기 전에,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내 집을 장만해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기대는 지표로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전국 5만1000가구 대상)에 따르면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택 보유 의식’이 89.6%로 조사됐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내 집 마련이 필수"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자꾸 오르고 있다. 집값이 떨어졌지만 팍팍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담스럽다.
내 소득에 맞는 주택 가격은 얼마일까. 이는 가구 연간 소득에서 주택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인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rice to Income Ratio·PIR)’로 알 수 있다. PIR이 높을수록 소득 대비 집값이 높다는 얘기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위 가구(소득 상위 40~60%) 기준, 서울의 지난해 4분기 PIR은 10.4로 집계됐다. 3분위 연소득은 6635만원으로, 10.4배인 6억9321만원 짜리 주택을 구입했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대출받지 않고 주택을 구매한 가구에 한해 조사된 수치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실제 대출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KB아파트담보대출PIR(KB PIR)’ 지수를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KB PIR은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아 특정 지역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집값의 비율을 말한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의 소득이 얼마이며, 어느 정도 가격대의 집을 구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지표를 보면 내 소득으로 희망 지역의 집을 사는 게 가능한지, 나의 실제 구매력을 판단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KB PIR은 서울 11.8이었다.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평균적으로 소득(7813만원)보다 11.8배 높은 가격(9억2000만원)에 집을 구입했다는 뜻이다. 참고로 경기도는 9.4, 인천은 8.5를 기록했다.
다만 이 지표의 장기 흐름을 살펴보면 서울, 경기, 인천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서울은 2022년 2분기 14.8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2022년에 서울 집값이 크게 올라 소득 대비 역대 가장 비싼 수준의 집을 샀다는 뜻이다.
이후 서울의 KB PIR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지난해 4분기 11.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년 장기 평균값이 10.7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 지표가 장기 평균값에 가까워진다면 내 집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타이밍이 왔다고 볼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5% 하락했다. 반면 전세가격은 0.52% 올라 8개월째 상승세다. 최적의 내 집 마련 타이밍을 기다린다면 지금은 ‘신중’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이종아 KB국민은행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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