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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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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따라다니는 '아스팔트 유튜버' 동행 취재
한동훈 따라가기 위해 '칼치기·과속'
이재명 등장하자 구호 외치는 유튜버
유튜버와 밀착하는 정치인…시민들은 불만

"여기 뭔 일이에요?" 지난 7일 오후 2시, 수원시 영통구청사거리. 삼각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더니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달고 방송을 시작했다. 10여명이 모이자 안면이 있는 듯 서로 거수경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수원 지역 유세 현장을 촬영하러 온 정치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시민에게 한 위원장과 수원시정에 출마하는 이수정 후보의 이미지에 관해 물었다.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하는 건 덤이다. 실내화 가방을 들고 있던 한 초등학생은 얼떨결에 "국민의힘 화이팅"을 외쳤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지난 1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아스팔트 유튜버에 둘러싸여 한 위원장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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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한 시간 후면 한동훈 비대위원장님이 오십니다." 유튜브 채널 '킬문tv'를 운영하는 김모씨(50)는 한 위원장이 도착하기 두 시간 전부터 도착해서 이곳 민심을 훑었다. 수원역에서 국민의힘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오는 기자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김씨 방송의 핵심은 어떻게든 한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민심을 취재하고, 무엇보다 한 위원장을 가까이서 촬영하는 것이다.


오후 3시가 되자 한 위원장이 등장했다. 셀카봉을 들고 있는 유튜버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한 위원장에게 붙었다. 한 위원장, 유튜버, 지지자, 당 관계자가 한데 얽혀 아수라장이 됐다. 군중에 쓸려가다 보니 어떤 사람은 가로수에 부딪히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쏜살같이 한 위원장 옆에 붙어 촬영을 이어갔다. 길 막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로 밀어서라도 길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60명이던 동시접속 시청자는 90명으로 늘었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정치인이 있는 곳에 유튜버가 함께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유명 정치인 옆에는 정치 유튜버가 있다. 이들은 언론보다 더 가까이 붙어서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한 언론수용자는 25.1%로 집계됐다. 2018년만 해도 6.7%였던 이용률이 5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반면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던 사람은 2018년 85.4%에서 2023년 76.2%로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접한 사람은 10.2%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한참 못 미쳤다.


양선희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논문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 전통적 저널리즘의 대응 현황과 과제'를 통해 "유튜브에서는 언론인이 아닌 개인들도 뉴스 생산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며 "유튜브 뉴스 이용자의 이용 동기는 흥미성, 편리성, 다양성 등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발로 뛰고 몸빵하는 사람"…반대 진영 등장하면 '정화 작업'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유튜브 채널 '킬문tv'를 운영하는 김모씨(50·남)가 지난 7일 수원시 지동못골시장로 차량을 모는 동시에 유튜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오후 3시 12분, 한 위원장은 다음 일정인 지동못골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올라탔다. 이때부터 유튜버들의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뛰어! 뛰어!"


한 위원장 옆에 붙어있던 유튜버들이 셀카봉을 하늘 높이 들고 군중 속을 헤쳐나갔다. 유튜버 4명이 검은색 승합차에 올라타고 한 위원장의 차량을 따르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김씨다.


그는 칼치기, 과속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지동못골시장을 향했다. 안전띠를 매고 실내 손잡이를 잡아도 머리가 휘청거릴 수준이었다.


이 와중에 김씨는 한 손에 카메라를 쥐고 방송도 진행했다. 라이브 채팅을 일일이 읽으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정치 유튜버의 덕목이다. "여러분, 한동훈 여론이 바람과 태풍을 지나서 쓰나미급입니다!"


김씨는 무조건 돈 벌려고 유튜버를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이 잘됐으면 하는 정치적 신념이 유튜버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지난 1월 한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할 때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부산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역할은 아스팔트 유튜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바닥에서 발로 뛰고 몸빵하는 사람들이죠. 대형 유튜버가 할 역할이 있고 우리가 할 역할이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유튜브 채널 '킬문tv'를 운영하는 김모씨(50·남)가 지난 7일 수원시 지동못골시장에서 구조물 위에 올라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아스팔트 유튜버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시장이다.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약 3000명 정도다. 다른 아스팔트 유튜버 중에서도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넘는 일명 '대형 유튜버'는 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국민의힘 선거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스팔트 유튜버 10여명이 시장 곳곳에 퍼져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튜버들이 "한동훈! 한동훈!"을 외치면 사람들도 따라 했다. 한 위원장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위치를 안내하고 인터뷰도 진행했다. 정치에 대해 별생각 없는 사람에게는 왜 한 위원장, 더 나아가 국민의힘을 지지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아스팔트 유튜버는 이미 거리 유세의 핵심이 됐다.


모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건 상대방에 대한 혐오다. 지동못골시장에 몰린 인파를 본 김씨는 구조물을 밟고 올라가서 대중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이재명 단식은 사기단식입니다. 국회 화장실에 뷔페 차려서 먹을 것 다 먹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 갔더니 오장육부가 가득 찼답니다!" 사람들은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이 기세를 몰아 곡조도 하나 뽑았다. 노래 제목은 '개딸가'였다. "이재명의 단식은 사기 단식, 쇼 단식은 아니겠지요!" 사람들은 웃으면서 김씨에게 다가가 유튜브 채널명을 물어봤다. 김씨는 명함을 나눠주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했다. 이 와중에도 주변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무했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방문했다. 아스팔트 유튜버들은 이 대표를 둘러싸고 촬영을 진행하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민주당 유세 현장은 어떨까.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유세를 위해 이 대표와 류삼영 동작구을 후보가 나섰다. 주변을 셀카봉을 든 유튜버들이 둘러싸서 이 대표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대표가 단상에 올라서기 전,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아스팔트 유튜버들은 "이재명!" "류삼영!"을 외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대표가 외치자 푸른색 조끼와 모자를 쓴 유튜버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말이 끝날 때마다 "1번! 1번!"을 외치거나 "몰빵! 몰빵!"을 선창했다. 함께 있던 시민들도 유튜버의 구호를 따라 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재명 감옥으로!"라고 외치자 주변에 있던 유튜버들이 그 사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왜 여기까지 와서 그러는 거야?" "국민의짐(국민의힘 비하 표현)은 저기로 가라고요!" 유튜버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경찰이 그 행인을 둘러싸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다. 이 대표의 유세 현장은 아스팔트 유튜버에 의해 말 그대로 '정화'됐다.


아스팔트 유튜버와 밀착하는 정치인…시민들은 분노 "더 난리 피운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시정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2시 수원시 영통구청사거리에서 아스팔트 유튜버들을 만나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정치인들은 오히려 아스팔트 유튜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수원시정에 출마하는 이 후보는 한 위원장이 도착하기 30분 전에 영통구청사거리에서 아스팔트 유튜버들을 만났다. "이번 공약은 무엇인가" "수원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하겠나" 등 유튜버의 질문에 이 후보는 적극적으로 답했다. 그런가 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봐 마이크를 쓰지 않겠다며 유튜브를 보고 발언을 참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마이크 없이 몇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며 "가능하면 잘 안 들리시더라도 이해해주시고 나중에 유튜브 방송 또는 방송 생방송으로 봐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치 유튜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기주장만을 강요해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행사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유튜브 활동을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유튜버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관심 갖고 활동하는 게 당연하다."


끊이지 않는 혐오, 아슬아슬 칼치기…거리유세의 핵심 '아스팔트 유튜버'의 하루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아스팔트 유튜버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하지만 모두가 아스팔트 유튜버를 반기는 건 아니다. 가장 골치 아픈 사람 중 한 명은 각 정당의 공보 담당자들이다. 기자를 관리하는 지침이나 규정은 있지만, 유튜버는 따로 없어 사실상 방치 중이다. 그렇다 보니 기자와 유튜버 사이에 취재 경쟁을 넘어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공보담당의 머리는 지끈거린다. 한 정당의 공보 담당 주임은 "(정치 유튜버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다"며 "그렇다고 그분들(정치 유튜버)을 따로 제지할 수 있거나 관리할 수는 없고, 우리는 기자들 취재만 지원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한 위원장이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했을 때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상인들은 하루 장사를 공쳤다. 그곳에서 정치 유튜버들이 진열대를 밀거나 마음대로 가게를 들락날락해 불만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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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께비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금례씨(71·여)도 정치 유튜버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여긴 원래 총선이나 대선이면 정치인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하루 장사 못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셀카봉 들고 있는 유튜버들이 와서 자리 잡고 욕설도 함부로 하고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 사람들 정치인도 아니면서 한 위원장보다 더 진을 치고 난리를 피우면 어떡하나?"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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