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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을 2억6000만원으로 만들어준다더니…노후자금 다 뜯겼다 [폰지사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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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건강식품 강매에서 모바일 페이로 진화
갈수록 지능화되는 수법에 수사도 어려워

아시아경제는 폰지사기 피해자 4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불법 다단계 수법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후 대비나 생활고를 극복하려고 투자처를 알아보던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1억을 2억6000만원으로 만들어준다더니…노후자금 다 뜯겼다 [폰지사기 그후] 아도인터내셔널 피해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7개월째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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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잃고 절에 의탁…60대에 개인회생 밟아

딸의 집에서 손녀를 돌보며 노후생활을 보내던 A씨(66)의 일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지인의 소개로 불법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는 유사수신 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을 접하고 이곳에 7200만원을 투자했다. 지인은 "딸에게 언제까지 손을 벌릴 수 있겠냐"며 특정한 주거지 없이 자녀 집을 떠돌던 A씨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했다.


해당 업체는 국내에서 반품된 물건을 동남아시아에 되팔아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금의 2.5%를 매일 이자로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를 모집한 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한 이들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폰지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을 활용했다. 피해 액수만 4000억원대에 이른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아도인터내셔널의 이모 대표를 포함해 계열사 대표 등 총 20명을 기소했다.


A씨의 투자금은 빠르게 불어나는 듯했지만 기쁨은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업체 측이 지난해 6월 전산 해킹을 핑계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고 잠적한 것이다. 딸이 투자 사실을 알게 되고 말다툼이 일면서 A씨는 집을 나와야 했다. 전국을 떠돈 끝에 A씨는 강원도 원주시의 한 작은 암자에 겨우 몸 하나 누일 곳을 마련했다. 그는 현재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진 몸을 이끌고 요양보호시설에서 일을 하며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1억을 2억6000만원으로 만들어준다더니…노후자금 다 뜯겼다 [폰지사기 그후]

"자녀 알게 될까 두려워"…복면 쓰고 시위

B씨(67)는 한평생 은퇴 이후의 삶만 기다려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노래방과 카페를 운영하며 자녀를 키워야 했던 한 많은 인생이었다. 수중에 모은 5200만원을 아껴 쓰며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농조합법인 H사에 노후자금을 몽땅 투자했다가 B씨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H사는 농·축·수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던 업체로, 출자금을 2.6배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늘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또한 업체 측이 자체 제작한 페이앱에 출석체크를 할 경우 디지털 자산의 0.2%의 수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주장했다. 즉 1억원 투자 시 2억6000만원의 디지털 자산이 생기며 출석체크를 하면 하루에 52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표 이모씨가 지난해 12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혐의 위반으로 구속된 이후 투자금 출금이 중단됐다. H사는 2021년 말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07억원, 순손실은 3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부채 총계는 791억원에 달해 사실상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지난 1월 이씨와 법인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결국 B씨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일터로 나가야만 했다. 매일 6시간씩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140만원의 생활비로 생계를 꾸려가기 시작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딸에게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딸이 눈치챌까 두려워 피해자 구제 집회를 나가는 날에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머플러를 감아 정체를 감췄다. B씨는 "딸의 전화가 오는 날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1억을 2억6000만원으로 만들어준다더니…노후자금 다 뜯겼다 [폰지사기 그후] 해당 사건과 무관한 이미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정착 자금 날리고 이혼…화병에 폐쇄병동 입원

60대 탈북민 C씨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C씨는 2016년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정착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한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는 한 유사수신 업체에 1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C씨가 회수한 원금은 이 중 90만원이 전부였다.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가 쇼핑몰 정산 시 5배의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아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52억원의 금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업체가 매출액의 5배 지급을 확정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은 서울고검에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C씨는 정부의 정착지원금을 포함해 딸을 중국에서 데려오기 위해 모은 쌈짓돈을 모조리 잃었다. 남편이 C씨를 강하게 몰아세우면서 가정도 파탄이 났다. 화병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지속됐다. 결국 C씨는 탈북 과정에서 얻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악화되면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40일간 입원을 하게 됐다.


1억을 2억6000만원으로 만들어준다더니…노후자금 다 뜯겼다 [폰지사기 그후]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 해당 사건과 무관한 이미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설탐정이 된 제조업체 사장…사업체 3곳 문 닫아

제조업 사업장을 운영하던 D씨는 2019년 5월 친구의 권유로 가상화폐 투자사로 알려진 ICC(인터코인캐피탈)에 비트코인 7개를 이체했다. 당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약 5800달러로, 한화 기준 5400여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업체 측은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가상화폐를 구입해 ICC의 계좌로 이체하면 월 최대 15%의 이익을 배당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투자금과 별도로 같은 금액의 주식까지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일당은 2019년 9월 돌연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D씨가 투자를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이었다.


사건 이후 D씨의 본업은 제조업체 사장에서 무보수 사설탐정으로 뒤바뀌었다. 그는 2021년 피해자 대표로 서울경찰청에 모집책을 고소하고 증거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이들이 싱가포르와 중국 등 각국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 사비 200만원을 들여 중국어로 된 녹취록을 번역하기도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이 D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하루 평균 100건 넘는 연락이 쏟아졌다.


긴 싸움 끝에 ICC의 조모 대표와 운영진 22명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5년의 시간 동안 D씨의 사업장 3곳은 문을 닫아야 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에 접수된 유사수신 범죄 건수는 총 2735건으로, 2021년(1643건)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4년간 줄곧 2000건대를 기록했다.

편집자주비현실적인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은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금을 준다. 이 단순한 구조는 우리에게 불법 다단계 또는 폰지사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대에 따라서 그 형태가 건강식품 강매에서, 해외 광산 투자, 이제는 블록체인과 모바일 페이 형태로 진화했을 뿐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 매년 2000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과 사기 수법의 지능화, 수사가 난항을 겪는 이유와 범죄 예방법을 3회에 걸쳐 파헤쳐본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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