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내면 재집권 시 탈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들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발언 등으로 파문이 확산한 데 대해 일종의 '톤' 조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TV채널 'GB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은 나토에 잔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100%다"라고 답했다. 공정한 플레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 예산으로 써야 한다는 자체 요구 조건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안보 무임승차로 보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달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은 동맹국들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우리가 돈 많은 나라들을 지켜야 하며, 미국이 나토의 국방비 부담 대부분을 지불해야 하는가"라면서 "미국은 미국의 정당한 몫을 지불해야지, 나머지 모든 국가의 정당한 몫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나토 관련 발언은 세계 경제와 안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재집권 시 미국의 탈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이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진의가 나토 탈퇴나 안보우산 철회가 아닌,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을 유도한 것임을 강조하며 일종의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미 의회는 대통령이 상원의 3분의2 승인 또는 의회 법안 없이 일방적으로 나토를 탈퇴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대부분을 대서양 동맹, 특히 독일을 질책하며 방위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보냈다"면서 "당시에도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반복해 위협했으나, 결코 탈퇴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해당 위협이 협상용임을 강조했다. 나토에 따르면 현재 32개 회원국 중 약 3분의2가 GDP의 2% 이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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