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 = "물감이 소진되는 순간 내 삶도 끝났으면 좋겠다" 김용익 작가의 '물감 소진 프로젝트' 연작을 선보이는 전시가 부산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했다.
작가는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새 연작을 시작했다. 5년째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물감을 남은 생 동안 모두 소진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남은 색깔별로 물감을 골고루 쓰기 위해 화폭을 잘게 나눠 작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를 갖추게 됐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하학적 도형에 대해 작가는 '주역'과 '정역'에서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와 우주론의 근간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나름의 조양율음(調陽律陰, 양을 조절하고 음을 활성화하는 것) 개념을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016년부터 최근작까지 총 6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부산점 19점, 서울 한옥 40여점)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땡땡이 화가'로 각인된 그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부산 수영구 망미 제2동 국제갤러리.
▲김물길 개인전 '비욘드 더 그린(Beyond the Green): 초록 너머의' = 케이옥션 자회사 아르떼케이는 김물길 작가의 '비욘드 더 그린(Beyond the Green): 초록 너머의'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으로 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을 포함해 2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20대 시절 673일간 46개국을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마주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약 4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홀로 여행하는 동안 마주한 낯선 타국에서의 푸르른 자연은 그에게 깊은 위로를 선사했다. 여행에서의 영감을 도구로 삼아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으며,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친근한 장면들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업에는 아이슬란드, 프랑스, 베트남, 발리, 아부다비 등의 다양한 여행지가 등장한다. 그는 여행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느낀 감정과 이야기를 투영한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깨달음과 아름다운 메시지를 자연과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계절의 변화는 그의 작업의 주요 포인트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그리고 싶은 것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을 담는다. 작품 속 빛 묘사가 인상적인데, 노을이 지거나 새들이 발광하며 풍광을 밝히는 빛은 자연에 스며들거나 대비되면서 동화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별관 아르떼케이.
▲황예랑 개인전 '숨을 참는 버릇 Habit of Holding Your Breath' = 페이지룸8은 황예랑 개인전 '숨을 참는 버릇 Habit of Holding Your Breath'을 진행한다. 작가는 그림에 앞서 꽃과 줄기를 이동하는 개미와 진드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개의 모성애와 나비와 벌새의 우아하고 재빠른 날갯짓에 마음을 빼앗기며 작디작은 존재들과 함께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우리와 생의 주기를 함께 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화면으로 소환한다.
그렇게 작가가 불러들인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은 하얀 종이 위에 살고 죽는 것, 동경하거나 동정하는 것,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 등을 이미지로 소환된다. 삶의 철학은 너무 거대하고 진리까지의 거리는 너무 긴 나머지, 내면에 닿지 못해 허무맹랑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과감하고 맹랑한 이미지의 실상을 갖추면서 거대한 의미가 지닌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의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작가에게 '숨을 참는 버릇'은 생각을 내려두고 온전한 몰입감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에 나타난다. 그가 올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되묻곤 했던 질문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였다고 한다. 자신이 몰두하는 이 행위가 무엇인지를 돌이키면서 색을 칠하고 선을 그었다는 작가의 노력은 '실내에서 나무와 새를 기르는 방법'과 같은 대작에서 많은 소재들이 들어가 있는 하나의 화면 속 긴장감과 책임감으로 선연히 드러난다.
실내에서 기른 분재들이 놓인 테이블과 나무에 달린 열매들, 새장을 가린 천과 그 사이로 보이는 새알 등이 조선 시대의 ‘책가도’처럼 여러 관점이 통합된 채 수평적으로 배치된다. 창 아래 길쭉한 가위를 걸어 둔 작가의 표현은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줄기를 잘라내어야만 하는 역설을 대변한다. 이 그림 안에서 식물과 동물들은 각기 열매와 결실을 보고 있다. 이처럼 작가에게 그림은 책임감과 긴장감을 전제로 해야만 향유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안정감 있는 풍경이다. 전시는 4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페이지룸8.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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