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1.99달러부터" 美 달러숍의 배신…바이든 최대 난제는 '인플레'

시계아이콘02분 1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제품 판매가, 대부분 2달러 안팎부터 시작
인플레 둔화에도 체감 생활 물가 높아
유권자 80% "인플레, 가장 큰 스트레스"

뉴욕 맨해튼 5번가와 웨스트 46번가 사이에 위치한 달러 스토어. 2000년대 초반에 문을 연 '피프스 애비뉴 달러 앤드 디스카운트'란 이름의 이 매장은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맨해튼 한복판에서 지난 20년 동안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층에게 식료품과 각종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왔다. 고품질 제품을 1달러(약 1320원)에 유통하는 전략을 쓰는 '달러숍'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이곳을 방문하니 가격이 1달러인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달러트리와 같은 대형 달러숍 체인이 2021년 제품 판매가를 1달러에서 1.25달러로 올리긴 했으나, 개인 사업자가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곳의 판매가는 훨씬 더 높았다. 대부분의 제품에는 2달러 안팎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3달러, 5달러가 넘는 제품도 많았다. 욕실·주방 소모품이나 문구류, 과자, 음료, 냉동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어도 대부분 1달러 후반 가격에서 시작됐다.


매장 곳곳에는 '제품 1개당 1.99달러'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쓰인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안내판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가격이 쓰여 있지 않은 경우에만(If price not mark)'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제품 진열대에 놓인 상품들을 살펴보니 많은 제품에 2~3달러대의 가격표가 붙은 것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었다. 달러숍이 아닌 '2달러숍'에 가까웠다.


[르포]"1.99달러부터" 美 달러숍의 배신…바이든 최대 난제는 '인플레' 지난 6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달러숍에서 소비자가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매장 천장에는 '제품 1개당 1.99달러'라는 종이 안내판이 부착돼 있지만, 진열대에 놓인 상품들의 가격은 대부분 1.99달러보다 높았다. 매장 점원인 칸(Khan)은 "지난 2~3년간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 등 모든 것이 다 오르면서 제품 가격도 여러 차례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AD
[르포]"1.99달러부터" 美 달러숍의 배신…바이든 최대 난제는 '인플레' 지난 6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달러숍. 매장 내부에는 "99센트의 꿈이 있는 곳에서 쇼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매장 점원인 칸(Khan)은 "2000년 초 문을 열 당시에는 달러숍으로 출발했지만, 엄밀히 말해 이제는 달러숍은 아니다"며 "지난 2~3년간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 등 모든 것이 다 오르면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도 여러 차례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 매장은 미국 인기 음료인 '스네이플' 판매가를 지난주 0.1달러 올렸고, 이번 주 안으로 다시 0.25달러 오른 2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칸은 "기업이 공급 가격을 올리니 우리도 판매가를 올리는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가격을 올려 팔고 싶은 판매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달러숍의 배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지속된 물가 상승 탓에 달러숍도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추세다. 최근 미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대형 달러숍 체인인 '달러 트리'나 '달러 제너럴'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행위) 방식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경제 현안으로 인플레이션이 꼽히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 자체는 둔화세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은 2022년 6월 9.1%에서 올해 1월 3.1%까지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난해 중순 이후 급격히 둔화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생활 물가로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 중 식비 비중은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에 최대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식료품과 외식 물가가 급등한 여파다. 물가 상승세는 꺾였지만, 임금 인상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주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축적된 초과 저축도 소진됐다. 미 경제가 견조한 성장률과 강력한 고용 등으로 호황인데도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박한 배경에는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주요 외신과 미시건대 로스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1010명 중 80%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조사에 따르면 가계 재정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8%, 미국 경제 여건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응답은 30%로 지난해 11월 조사 때보다 각각 5%포인트, 9%포인트 늘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6%로 지난해 11월과 동일했다. 그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9%로 같은 기간 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2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27만5000건 증가해 시장 예상치(19만8000건)를 넘어서고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을 감안하면 강력한 경제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슈링크플레이션을 지적하며 기업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뱅크레이트닷컴의 마크 햄릭 선임 경제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구매력을 5분의 1가량 빼앗았다"며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임금은 오르고 있다는 대통령의 (국정연설) 발언은 맞지만, 인플레이션이 이전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AD

에릭 고든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많다는 것은 그에겐 나쁜 소식"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나 경제 지표가 유권자들을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