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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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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난민 770만명, 인접국으로
난민 받은 국가들 경제효과 분석했더니
세계은행 “2030년까지 성장률 계속 ↑”

‘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브라질 파카라이마에 줄지어 서있는 베네수엘라 난민들. 사진=국제이주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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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텐트를 치고 있는 베네수엘라 난민들. 사진=국제이주기구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난민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수년째 수백만명의 난민이 국가를 떠나고 있죠. 전쟁이 난 것도 아닙니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먹고 살길이 어려워지자 생존을 위해 난민이 되기를 택한 겁니다. 여파는 가까이 있는 국가로 향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들이 근처 남미대륙 국가로 이동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 난민을 받은 국가들의 경제전망이 밝다는 내용이었죠. 난민과 경제성장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었던 걸까요?


정치·경제 위기에 난민 770만명 인접국으로

베네수엘라 난민 문제는 2015년 무렵 시작됐습니다. 총과 칼을 든 전쟁은 없었지만 심각한 ‘경제난’이 불어 닥쳤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통령은 지금도 현직에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었는데요. 다음 해 물가상승률이 800%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엉망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가뭄이 발생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수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였는데,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해졌죠. 정전은 일상이 됐고 기업들도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적인 위기도 난민 문제를 가속화했습니다. 국제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는 2010년대 초반부터 정부와 야당 간 대화가 붕괴했다고 봅니다. 불안정한 정치지형 속에서 결국 사건이 터집니다. 2019년 4월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거죠. 쿠데타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야당 지도자였던 후안 과의도 의회 의장이 대통령을 자청했습니다. 이때 미국 등 60여개국이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같은 혼란으로 베네수엘라를 떠난 난민은 몇 명이나 될까요? 세계은행(WB) 추산에 따르면 무려 770만명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2820만명 정도인 걸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난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죠.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난민은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전쟁 때문에 추방됐던 시리아 난민들의 숫자를 넘어섰죠. 난민이 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더욱 추락했습니다. 다시 가난과 불안을 부추기면서 난민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만들어졌죠.


‘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어디로 향했을까요? 770만명 중 650만명 이상이 남미대륙과 카리브해 국가들로 도망쳤습니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받은 국가는 콜롬비아죠. 2018년 콜롬비아에는 64만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살고 있었는데, 지난해 247만명으로 4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칠레에도 44만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거주하고 있고요. 페루에는 150만명, 에콰도르에는 50만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난민이 워낙 많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난민의 생활여건과 안전문제는 물론,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의 경제도 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죠. 갑자기 다른 국가 국민 수십만명이 유입된다면 공공지출과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고요.


세계은행 “2030년까지 이주민들이 성장률 끌어올린다”
‘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난달 20일 세계은행(WB)이 발표한 베네수엘라 난민 분석 보고서. 사진=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연구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말 베네수엘라의 이주민들이 남미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냈습니다. 연구진들은 베네수엘라 난민이 많은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망해봤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2030년까지 베네수엘라인들이 성장률을 매년 0.1~0.3%씩 끌어올릴 거라는 결과가 도출됐죠.


물론 악영향도 존재합니다. 사람이 늘면 국가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늘어나는 법입니다. 특히 의료지출 부담이 늘고 공공서비스 지출비용이 증가하게 되죠. 실제 연구에서도 이주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 때문에 단기적으로 GDP의 0.1~0.5% 정도 지출이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빠른 속도로 줄면서 결국 경제성장 효과가 더욱 클 거라는 게 연구의 골자죠.


왜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의 성장 전망이 밝았을까요? 세계은행은 ‘노동력 개선’을 이유로 꼽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300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도착했는데, 이들이 저임금 공무원 일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콜롬비아 국민들이 현금으로 월급 받는 일자리를 선호하는 까닭에 그림자 경제 문제가 심각했는데, 베네수엘라인들이 공공 일자리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경제 체질이 개선된다는 거죠. 특히 버스기사처럼 콜롬비아 국민들이 기피하지만 꼭 필요한 일자리를 베네수엘라인들이 채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 폭망’에 도망친 난민, 경제를 살린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베네수엘라인들의 노동력도 남미 대륙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은행은 베네수엘라인의 주요 노동연령을 25~45세로 보고 있습니다. 남미 대륙의 평균적인 노동연령보다 젊은 편이죠. 교육 수준도 높습니다. 보통 2년 정도 더 교육받죠. 예를 들어 칠레 국민들은 12.3년 정도 교육을 받았는데요. 페루 내 베네수엘라인들은 14.4년을 교육받았습니다. 페루(11.3년), 콜롬비아(10.1년), 에콰도르(9.7년) 국민들과 비교해도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교육 수준이 더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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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사회가 난민을 어떻게 조화롭게 받아들이느냐죠. 사회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갈등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세계은행도 다른 남미 대륙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 26~40%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지적합니다. 자격과 경험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베네수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질 낮은 직업을 강제 받는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세계은행에서는 이주민들의 경제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경제적 포용 촉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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