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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트럼프는 시작일 뿐…"美 '스트롱거 맨'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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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미국판 뉴라이트가 만든 인물입니다. 트럼프는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50년간 더 센(stronger) 정치인들이 나올 겁니다".


최근 만난 한 미국 정치권 인사의 평가다. 그는 미국 정치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을 비롯해 기성 정치인은 지금까지 미국이 관리하는 안정된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 같은 기존 워싱턴 정치를 폭파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트럼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가량 구축된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질서는 이제 더는 미국에 유리하지 않고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슈퍼 화요일'인 지난 5일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압승, 바이든과의 리턴 매치에서 우위라는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시각에 동조하는 미국인이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트럼프가 내놓은 발언만 놓고 보면 너무 과격해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방위비를 적게 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공격하라고 러시아를 부추기겠다", "하루만 독재자가 되고 싶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들은 '크레이지 트럼프'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과거의 미국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달라진 미국인의 정서, 미국 정치의 변화를 결코 이해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 세계화로 인한 제조업 이탈로 일자리를 잃고 가난해진 미국인이 많은 중남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는 트럼프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환호한다. 성소수자, 낙태, 이민 등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보수 기독교 백인이 다수인 바이블 벨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트럼프를 통해 잃어버린 미국의 가치를 복원하려 하고 있다.


[뉴욕다이어리]트럼프는 시작일 뿐…"美 '스트롱거 맨' 시대 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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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열풍에는 미국인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이 내포돼 있다. 미국인은 반문한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무역적자(2023년 기준)를 내면서까지 왜 전 세계 상품을 수입해야 하는가. 연간 GDP의 3.5%, 전 세계 군비 지출의 40%에 달하는 국방비를 쏟아부으며 미국은 물론 동맹국에 '안보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은 왜 헐값에 미국에 무임승차 하는가. 지금까지는 미국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국으로서 경제, 군사력에서 지배적 우위를 점하고,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전 세계에 확립하는 편이 자국 이익에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 미국인들의 판단이다. 역사상 가장 관대한 제국이란 수식어는 내려놓고, 평범한 중산층을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바깥에서 보거나 미국 지식인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평범한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의 정책 기조는 지극히 상식적일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만의 기조도 아니다. 이미 민주·공화당을 아우르는 초당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바이든은 반도체지원법(CSA)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해 해외로 빠져나간 제조업의 미국 유턴과 고용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골적으로 보조금을 뿌리며 산업정책을 부활시켰다.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자 기존 유화 기조를 벗고 국경 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미 대세는 미국 우선주의로 기울어졌다. 정도의 차이일 뿐, 둘 다 본질은 MAGA다. 여기에 트럼프는 더 강력해져 돌아왔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먹고 살기 더 힘들어진 미국인들은 이제 '샤이 트럼프'이길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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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는 크레이지 트럼프는 없다. 친절한 바이든도 없다. 지난 4년간 자국 우선주의는 더욱 강하게 뿌리를 내렸고, 미국 정치는 이미 전환기에 진입했다. 이기적인 미국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확정됐다. 트럼프와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변화하는 미국의 시작일 뿐인지도 모른다. 미국에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지 냉정한 계산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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