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 사전 질의서 보냈다"
"WHO는 의료후진국 인권문제 대응 기관"
정부와 의료계 상대 법적 대응도 검토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가 세계보건기구(WHO)에 환자들의 인권 문제에 사전 질의서를 보내고, 정식 접수를 검토하고 있다.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WHO 측에서 자신들은 의료후진국의 인권 문제를 대응하는 기관이며, 한국은 의료선진국이라 대상이 아니라는 사전답변을 받았다”며 “그래도 문서화된 정식 문제접수를 다시 한번 진행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 이사는 “정부는 국민들이 아우성치면 의사들이 포기할 것이라며 타협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반대로 의사들은 예전처럼 정부가 한발 물러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생명은 기본권인데 너무 야만적이다. 수술만을 기다려온 중증질환자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야 큰일이 났다고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아토피중증연합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췌장암환우회 등 6개 환자 단체가 포함돼있다.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정부와 의료계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안 이사는 “수술 연기, 건강 악화 등 환자들의 피해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고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며 “2020년과 똑같은 상황인데 당시에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장애를 갖게 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책임의 주체가 없다 보니 대부분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안 이사는 중증질환자 상황에 대해 “일주일도 안 돼서 다들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고, 지쳐있는 상태다. 어떤 분은 자포자기해서 그냥 본인이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하소연했다”며 “모두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다음달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전체 회원 대상 단체행동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안 이사는 “이번에야말로 의사들이 절대 권력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하고, 정부 역시 지금과 같이 고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준비하고, 협의해야 한다. 양측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필수·지역의료 의사를 어떻게 확보하고 유도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다들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가면 의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이사는 “정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할 때 환자들은 고려 대상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 둘 다 환자들부터 버렸다. 힘 있는 사람들끼리 싸우는데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이 보고 있다”며 “의료계는 환자들을 챙겼어야 했고, 정부는 긴급 상황 대처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병원으로 돌아오고, 정부는 대화에 나선다고 하면 모두가 지지할 것”이라며 “국민 대다수는 공감대가 있는데 학창 시절 1·2등을 했던 정부 인사와 의사들은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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