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못 찾은 채 사표 수리
4월 총선까지 '대기 모드'
내부에서도 '폐지 수순' 우려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21일 장관 업무를 끝마치면서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부처 자체의 규모가 작은 데다, 총선을 앞두고 조직개편 가능성이 또다시 거론되면서 정부가 부처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가부에 따르면 장관 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된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전날 "평상시대로 업무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특히 한부모, 아이돌봄, 위기청소년 지원 등 민생과 관련된 주요 업무들은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일체의 공백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관이 부재할 경우 부처 간 협의나 각종 회의 발언권 등에서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가부는 여성, 청소년, 한부모 가정 등 약자 복지를 다루는 부처로 유관 부서와의 협업이 중요한 곳이다. 앞서 김 장관이 지난해 9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논란으로 사의 표명을 한 후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장관 후보자에 올랐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면서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2기 개각과 함께 6개월 만에 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차관 체제가 4월 총선 이후 부처 폐지와 새 부처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직개편을 위해선 부처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태에선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국회 의석수가 바뀌면 통과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여권의 해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으로 "이번 정부 조치는 대선 공약으로서 여가부 폐지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저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은 법안(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도 재임 시절 꾸준하게 부처 폐지를 강조했다. 2022년 취임사에서 '부처 전환'을 언급했던 그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도 "여가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특히 최근 여당에서는 부총리급의 '인구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여가부의 일부 업무를 흡수·통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저출생 정책을 발표하며 '고용부나 복지부, 폐지를 공약했던 여가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등의 정책을 신설될 인구부에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 장관 역시 인구 부처 설치에 대해 찬성한 바 있다.
여가부 내부에서는 무기력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처 폐지에 대한 메시지가 나온 지가 오래돼서 이제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라며 "장관 이임사에서도 부처 폐지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처럼 (차관 체제 전환이) 폐지에 대한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으로 보여 착잡하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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