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의사들은 '미래 의료'에서 답 찾아라](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41117073885347_1681200458.jpg)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의대 증원'은 앞서 1일 내놓은 ‘4대 필수의료 패키지’와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그리고 뒤늦게 공개된 ‘의대 증원 근거자료’와 함께 봐야 한다. 국민에게 영향을 줄 이슈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 건강보험은 의사가 처치를 하나씩 할 때마다 의사에게 또박또박 돈을 내준다(행위별수가제).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연계되는 대책이 많다. 혼합진료 금지와 개원면허제가 대표적이다. 각각 의료수요와 의료공급을 억제한다. 건강보험 종합계획 51페이지에 ‘건보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현재 8%인 건보료율 법정 상한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쓰여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를 개정해 직장인에게 건보료를 더 많이 걷고자 한다는 뜻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가 늘면 진료비가 느는 인과관계는 없고, 의사가 늘어서 환자가 제때 진료받으면 중증질환이 예방돼 의료비가 절감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렇게 말할 때는 ‘1차의료기관의 경증질환 진료량이 증가하면 상급병원 중증질환 진료량은 감소한다’는 근거를 동반해야 한다. 현실에선 2021년 의원에 지급된 건강보험급여(진료비)가 전년보다 9.6% 느는 동안 상급종합병원 급여는 10.6%로 더 늘었다. 의대 증원 여론조사는 “증원을 찬성하는가”에 더해 “건보료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원을 찬성하는가”도 물어야 중립적이다. “큰 차 사줄까”라고만 묻지 말고 “기름값이 더 들어도 큰 차 사줄까”라고도 물어보고 사줘야 한다.
정부가 ‘증원 근거자료’로 쓴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연구 모두 “현행 의료시스템에선 의사가 부족해진다”는 결론이다. 의료인력 수급추계는 예측 연구 특성상 여러 가정을 전제로 깐다. KDI 연구는 “의사의 미래 노동생산성은 현재와 동일하다”고 가정했다. 의료계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의사 노동생산성이 계속 올라가는데 이를 배제한 계산은 부정확하다”고 반박한다.
“AI를 활용하면 폐암 컴퓨터단층촬영(CT)을 3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하버드 의대가 발표했다. 관련 의사 노동생산성은 그만큼 상승하고, CT 건보 지출은 감소한다. 하버드 연구는 우리나라 AI 의료기업의 진단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닥터앤서2.0 사업단’은 12개 질환 AI 정밀의료 소프트웨어 24종을 개발하고 있다.
AI 의료는 문제 해결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진료에 AI를 활용하면 의사 노동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고 의사를 늘려도 건보 부담을 억제할 수 있다. 2000명 여력이 없다는 의대 학장들 호소에 박 차관은 1980년대 의대 강의실은 콩나물시루였다는 옛날이야기를 했다. AI를 활용한 첨단 교육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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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미래 의료 수준을 향상시킬 노력을 해야 한다. 복지부는 의사 머릿수 늘리기에 연연하는 대신 의료시스템의 제도적·기술적 첨단화를 목표로 정책을 다듬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마이크 앞에 서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의료계를 설득해야 한다.
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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