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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감당 안 될 정도로 몰려든다" 명절 끝나고 설산처럼 쌓인 스티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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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찾은 서울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이날 선별처리장은 설 명절 첫날인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쌓여 있다가 순차대로 반입된 재활용 쓰레기로 뒤덮였다.

선별처리장 관계자는 "스티로폼 대란이 한번 일어나면 내부 적치 장소도 모자라 처리장 바깥에도 스티로폼을 쌓아둘 때가 있다"며 "평소에도 선별처리장에서 이 반입량을 모두 잉곳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 설 연휴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스티로폼이 몰려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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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
연휴 지나고 일평균 반입량 33%↑
택배 송장·테이프 일일이 제거해야

지난 16일 찾은 서울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이날 선별처리장은 설 명절 첫날인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쌓여 있다가 순차대로 반입된 재활용 쓰레기로 뒤덮였다. 지프 크레인 몇 대가 분주히 움직이며 흩어진 재활용품을 밀어 올리자 쓰레기 더미는 순식간에 불어나며 몸집을 키웠다.


산더미 같이 쌓인 재활용품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띈 것은 하얀 스티로폼 박스 더미였다. 납작하게 압축돼 옹벽처럼 적치 장소 한편을 차지한 페트병과 달리 스티로폼 박스는 선별처리장 적치 공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해 마치 설산과 같은 모습이었다.


지프 크레인이 스티로폼을 안으로 밀어 넣자 잠시 썰물처럼 안쪽으로 쏠리던 박스들이 이내 와르르 굴러떨어지며 바닥에 흩어졌다. 한쪽에는 공간 한계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스티로폼 더미들이 긴 탑처럼 쌓여 비닐 팩에 담겨 있었다.


[르포]"감당 안 될 정도로 몰려든다" 명절 끝나고 설산처럼 쌓인 스티로폼 지난 16일 서울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에 명절 이후 반입된 스티로폼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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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선물 포장 등에 사용된 스티로폼 박스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재활용품 선별처리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스티로폼 박스는 부피가 커서 적치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데다 택배 송장과 테이프 제거를 위한 일손까지 필요해 처리에 부담을 준다.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의 통계에 따르면 설 연휴가 막바지인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이곳에 들어온 재활용품 반입량은 총 240t이다. 일평균 60t가량이 반입된 셈이다. 명절을 제외한 평소 일평균 재활용 반입량은 45t이다. 연휴 직후 명절 간 배출이 금지됐던 쓰레기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반입량이 부쩍 증가한다.


부피 커 적치 공간 한계…민간업체 무상 인계까지

명절 이후 반입되는 재활용품 가운데서도 스티로폼은 단연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무게는 가볍지만 부피가 커 적치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선 처리장에서는 공간 문제로 반입되는 스티로폼을 모두 처리하지 못해 무상으로 민간 업체에 인계하고 있다.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의 경우 이곳에서 한 달간 반출되는 스티로폼 양은 총 11t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5~6t이 일반 업체로 옮겨진다. 나머지는 선별처리장에서 직접 압착 과정을 거쳐 건축 몰딩 등에 쓰이는 재생 원료 '잉곳(ingot)'으로 재가공해 판매한다.


명절 이후엔 스티로폼 반입량이 평소보다 2배가량 더 몰려들어 선별처리장의 업무가 가중된다. 선별처리장 관계자는 "스티로폼 대란이 한번 일어나면 내부 적치 장소도 모자라 처리장 바깥에도 스티로폼을 쌓아둘 때가 있다"며 "평소에도 선별처리장에서 이 반입량을 모두 잉곳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 설 연휴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스티로폼이 몰려든다"고 토로했다.


[르포]"감당 안 될 정도로 몰려든다" 명절 끝나고 설산처럼 쌓인 스티로폼 스티로폼을 압축해 재가공한 재생 원료 '잉곳'들이 포대 자루에 담겨있다. 불순물이 섞인 스티로폼은 갈색 빛이 섞인 잉곳으로 가공된다.[사진=이지은 기자]
테이프·택배 송장 제거에 시름…일손 부족

스티로폼의 경우 미흡한 분리수거 배출로 인해 재활용 처리에 일손이 추가로 든다. 대다수의 스티로폼 박스들이 택배 송장과 비닐 테이프가 제거되지 않은 채 배출돼 공공근로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물질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불순물이 섞인 잉곳으로 가공될 우려가 있다.


현재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의 경우 60여명의 공공근로자 가운데 10명 정도가 교대로 스티로폼에 부착된 이물질 제거 작업을 맡고 있다. 명절 후와 같이 스티로폼 반입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각 라인에 배치된 60여명의 근로자가 연장근로까지 하며 스티로폼에 부착된 테이프 제거 작업에 달라붙는다.


선별처리시설 관계자는 "민간 업체들도 이물질 제거 작업을 맡을 일손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라 무상으로 스티로폼을 인계할 곳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테이프와 택배 송장이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로만 반출이 돼도 작업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르포]"감당 안 될 정도로 몰려든다" 명절 끝나고 설산처럼 쌓인 스티로폼 16일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에서 지프크레인이 명절 이후 몰려든 재활용 쓰레기를 옮기고 있다.[사진=이지은 기자]
스티로폼 포장재 규제 허술…'과대포장' 단속도 비껴가

스티로폼 배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는 제도의 허술함이 있다. 환경부는 명절 전후 선물 과대포장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스티로폼은 단속에 비켜나가는 경우가 많다. 전체 제품에서 포장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 과태료를 처분하는 구조이다 보니 농수산물 포장 용기로 쓰이는 스티로폼은 포장 공간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과대포장 단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다.


스티로폼 포장재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2003년부터 합성수지 재질로 된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는 행정 규칙을 시행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단속 내용은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스티로폼 줄이기를 핵심으로 한 행정규칙이 있긴 하나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법령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스티로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재 전체를 줄여가려는 측면에서 관련 규정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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