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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도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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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인 그는 스코틀랜드 역사에 대해 해박했을 뿐 아니라 모험과 바다를 좋아했고, 그런 취향은 소설에도 잘 드러나 있다. 187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내륙 여행> <당나귀와 떠난 세벤 여행> 등에서 자신이 겪었던 여행 이야기를 썼다. 오늘 소개하는<도보 여행>(1876)은 스티븐슨이 또 다른 영국 소설가 윌리엄 해즐릿의 <홀로 가는 여행>에 영향을 받아,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단순한 즐거움과 안락함에 대해 기록한 글이다. 글자 수 855자.
[하루천자]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도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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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홀로 떠나야 한다. 동반자나 친구와 짝이 되어 떠나면 도보 여행은 그저 이름만 여행이 되고 만다. 도보 여행이 아닌, 그저 야유회 정도로 그치게 되는 것이다. 도보 여행은 그 본질이 자유로운 것이기에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서다 하며 혼자 떠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고, 보폭 빠른 사람을 쫓거나 어린 소녀의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그 결을 따르고, 부는 바람에 맞춰 피리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해즐릿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걸으면서 남과 말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시골에서 지낼 때 나는 그저 아무 말 않고 무위도식하며 지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해즐릿의 이 말이 도보 여행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명상에 잠긴 아침의 고요함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인해 사라져버리고, 이것저것 논리적으로 따지다 보면 탁 트인 대기에서 맛보는 황홀경에도 빠질 수 없다. 황홀경에 빠지면 뇌가 서서히 둔해지면서 맑아지기 시작하다가, 종국에는 모든 이해의 단계를 초월하는 평화로운 순간에 빠지게 된다.


어떤 도보 여행이든 처음 하루 이틀은 힘든 순간들이 있다. 둘러멘 가방조차 지긋지긋해져 울타리 너머로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는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한 기독교인처럼 “세 번을 펄쩍 뛰어본 다음, 흥얼대며 다시 가야” 한다. 그러면 이내 평정심이 회복되고, 마치 자석이 주위를 끌어당기듯 여행의 기운이 다시 자리하게 된다. 가방을 고쳐 멘 순간 졸음도 사라지고,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 단번에 성큼성큼 걷게 된다. 도보 여행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만큼 행복한 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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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인플루엔셜, 1만6800원

[하루천자]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도보 여행’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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