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中企 가족친화인증 4만개 확대 목표
위원회 한계, 인구부처 신설 필요
여가위 8개월간 휴업 상태, 국회 역할
"현재 1%에 불과한 중소기업 가족친화인증기업을 10%까지 늘릴 것."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일·가정 양립이 되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임기 중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문제로 변화한 현실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커리어를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직장 내 분위기, 이 같은 문화가 스민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는 하고 있는데 아직 더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여가부는 올해 속도를 많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올해를 시작으로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을 전체의 10%까지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중소기업이 약 40만개(전체 중소기업 771만개 중 소상공인 제외)니까, 10%면 4만개 수준이다. 빠른 확대를 위해 가족친화인증 전 단계인 ‘예비 가족친화인증기업’ 도입도 추진한다.
가족 친화 기업 속도감 있게 4만개까지
김 장관은 "지난해 기준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1% 수준인 4110개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 기준 외에 출산·육아 중심으로 단순화된 별도 평가체계를 추가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져 변화의 시작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친화인증이 평가 기준 10개에 당근 10개가 주어졌다면, 예비 인증은 기준 5개만 마련해도 당근 5개를 제안해 변화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예비 가족친화인증기업이 제도를 추가로 갖춰 심사를 통과하면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이들이 일정 기간(대기업 15년·중소기업 12년) 이상 이를 유지하면 최고기업으로 올라서는 3단계 인증 방식이다.
여가부는 가족친화인증제도를 통해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매년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가족친화인증기업은 대기업 668개, 중소기업 4110개, 공공기관 1133개 등 총 5911개다.
그는 "어떤 기업은 육아휴직 제도 자체가 없거나 직원들이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더라"며 "가족친화인증기업을 더 많이 늘리면 회사들이 문화 형성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고, 아직 굉장히 열악한 지역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참여를 더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족친화인증기업에 선정되면 금융위원회, 법무부, 국방부 등 각종 부처와 전국 지자체 등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장관은 이 범주 역시 더 넓혀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재부 법인세 감면 등이 이뤄지면 기업들이 정말 많이 움직일 것"이라며 "금리 우대 등 금융 혜택과 관련해서도 금융위원회와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계 있는 저고위…인구부 신설 필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지 논란으로 떠들썩했던 여가부는 총선을 앞두고 인구 부처 논의가 시작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그간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 대해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 "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김 장관은 저고위의 한계에 대해 공감하면서, 인구와 가족이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돌봄·청소년·한부모 등 가족 분야를 담당하는 여가부 기능이 포함된 더 힘있는 인구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만큼 현재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가부·저고위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는 방식에서, 하나의 부처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부처간 결합이 이뤄질 경우 여가부는 폐지되거나 흡수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은 "현재는 저출산이 다부처 사업으로 굉장히 산재돼 있다"며 "여야가 총선 공약에 모두 인구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룰 만큼 (중요하니) 지금 있는 부처의 여러 기능을 다 모아서 종합적으로 실행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저출산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야당의 ‘출산 지원금’ 등 단순 현금성 지원책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단순 현금 지원만으로 해결할 순 없다"며 "너무 돈이 없는 경우에는 현금 지원이 있으면 아이를 낳을 순 있겠지만 한국은 지금 그런 나라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보다 각자가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들을 봐주는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에서도 현금지원보다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수준을 높이는 것이 출산율 향상에 2배 가까이 높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꽉 막힌 국회…"마음 급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소위가 지난 8개월간 열리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한 기능"이라며 "여야가 합의를 해서 빨리 처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걸 핑퐁하듯 부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입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굉장히 마음이 급하다"며 "누누이 여당에도, 야당에도 법안소위를 열어 중요한 민생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얘기했고 그것이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가정 양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돌봄 서비스’의 경우 민간 돌봄 업체에도 국가자격제도를 부여하는 내용의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소위가 열리지 않으면서 논의가 멈춰 있는 상태다. 김 장관은 "현재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132억원, 30% 가까이 증액됐다"며 "국회 법이 통과돼야 민간 육아 도우미에 대해서도 자격증을 부여하고 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발표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공약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교정 직렬에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녀 모두 병역 자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장관은 "저출산 등 인구 감소 때문에 군 병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업 군인을 늘리는 방안은 필요하다"면서도 "일반 사병의 여성 징병제는 굉장히 신중한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아시아경제 연중기획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의 기획 취지에 깊이 공감하면서 "실질적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정치분야에서의 대표성 확대'와 '경제적 영역에서의 남녀 격차 해소' 두 가지"라며 "정치 분야에서의 낮은 여성 비율,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격차 문제는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해 양성평등 기반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여가부는 경제적 영역에서의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로 경력단절 예방과 해소, 성별 임금격차 완화에 역점을 두고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돌봄 지원과 모성보호제도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 등을 통해 양성평등 한 노동환경 조성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장관은 자신의 임기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 없다"며 "누가 하더라도 다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담=김유리 기자, 정리=박준이 기자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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