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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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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홍석철 국민의힘 총괄공동본부장 인터뷰
"저고위 한계…기재부 등 부처 반대하면 불가"
저출생 해법 "가장 중요한 건 일·가정 양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아무리 제안해도 기획재정부 등 실무부처는 여러 이유를 들어서 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준다. 시급한 인구 문제에 직면했으면 제약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특단의 대책이 된다.”


정부 인구정책 컨트롤 타워인 저고위에서 가장 먼저 상임위원직을 내려놓은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일 아시아경제와 국회에서 만나 “부작용이나 추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과감하게 제안하고 돌파해내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이 직면한 인구 위기가 심각한 만큼 제약 요인이 있더라도 국가가 과감하게 저출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19일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말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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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실제 저고위에서 가족친화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세제 혜택이 주요하다고 판단했고 기재부와 법인세를 감면하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기재부가 ‘세수부족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저고위의 태생적 한계도 인정했다. 그는 “예산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개별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고위는 인구 전략을 자문하는 기능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홍 교수는 저출산 핵심 정책을 크게 시간, 비용, 서비스 세 가지로 압축했다. 홍 교수는 “첫째가 아이 돌볼 시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 둘째가 돈이 많이 드니 나라가 좀 도와달라는 것, 셋째가 국가도 아이를 같이 키워달라는 것”이라면서 “세 가지 애로 사항을 싹 없애주는 게 이상적인 가족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일·가정 양립대책은 ‘시간’에 관한 대책이었다. 다음주 중으로 육아부담 절감 방안과 공공 서비스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추가 공약을 낼 계획이다. 홍 교수는 최근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국회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정책을 설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저출생 기초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가정 양립, 가장 중요한 저출산 대책”

홍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저출산 정책은 일·가정 양립 지원이다. 그는 “저고위에서도 모든 정책 중에서 일·가정 양립이 가장 최우선이었다”면서 “조사를 하든 현장에 가서 의견을 듣든 일관되게 가장 필요한 대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고위의 가장 큰 성과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논의하고 공론화한 것을 꼽았다.


홍 교수는 “1980~1990년대 유럽 국가들도 여성의 고용률이 올라가면서 출산율이 내려갔다”면서 “이때 나온 게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했고, 동시에 여성에게 쏠린 육아 부담을 남성과 동등하게 배분하는 데 집중했다. 홍 교수는 “서구 그룹이 겪었던 일들을 한국이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면 해법도 일관된 것”이라면서 “결국 일·가정 양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교수가 생각하는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홍 교수는 “일·가정 양립에 대한 수요가 커졌는데 정부가 못 따라간다”면서 “산업화 수준은 유럽인데, 정책에 대한 인식은 저 밑에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출산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산업화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은 150년에 걸친 점진적 산업혁명으로 부작용을 고칠 시간이 많았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경제성장을 2~3배 빠르게 하는 바람에 그럴 틈이 없었다는 뜻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대답을 내놨다. 홍 교수는 “모든 사람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도 “아이를 돌보면서 일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때문에 그럴 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 여건이나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서 “적어도 육아 도중에는 근로시간이 대폭 줄고 노동조건도 상당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왜 일·가정 양립 문화는 뿌리내리지 못하는가
"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19일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홍 교수는 제도와 청년 세대 의식은 이미 바뀌었다고 판단했다. 제도는 선진국 수준이고 청년들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원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눈치 주는’ 기업 문화가 문제라고 봤다. 그는 “현재 우리의 기업문화가 ‘그래 너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해라’라고 용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득도 한 원인이다. 그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으려고 하면 소득이 줄어들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존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지고, 그런데도 하고 싶으나 눈치까지 보이는 환경이 복합적으로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겪는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부분 다 중소기업이고 청년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면서 “중소기업은 한 명이라도 쉬면 손해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대표가 있어도 육아휴직 제도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대기업은 사람이 빠져도 업무 대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중소기업은 월급이 적고 비수도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해법은 있나…대체인력 수준 높이고 유연근무 확대해야

저출산 해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부총리급 인구부가 신설돼야 한다고 봤다. 저고위가 부딪혔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실제 권한을 가진 부서라면 저출생 문제가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저출생 기조를 바꾸려면 점진적인 변화로는 안 된다. 몇 개만이라도 과감하게 결단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기존 정부에서 해법으로 추진해온 대체인력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인재채움뱅크(옛 대체인력뱅크)가 제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다. 인재채움뱅크는 정부가 출산휴가·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공백이 예상되는 자리에 대체인력을 미리 확보해두고, 적시에 맞춤 인재를 기업에 추천해주는 취업지원 시스템이다. 홍 교수는 “인재 확보 차원으로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인력 시장 플랫폼에 전화를 돌려서 ‘뱅크에 등록을 좀 하시라’는 식으로 모집이 이뤄진다”면서 “인력 풀이 크지 않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신 대체인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통한 꾸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굳이 정부가 대체인력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면서 “가령 파트타임 잡(part time job)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체인력으로 참여했을 때 대기업에 준하는 만큼의 돈을 번다면 당연히 지원자가 늘 것”이라고 얘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현행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확대하고 경력단절자와 중·고령 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면 240만원까지 지원해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에서도 유연근무가 확대되면 대체인력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홍 교수는 “시차근무나 근로시간단축, 재택근무가 중소기업에 확대되면 장기간 육아휴직이 아닌 이상 대체인력이 덜 필요할 것”이라면서 “일과 양육이 동시에 가능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아이를 낳으면 대출을 탕감하거나 큰돈을 주는 식의 현금지원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홍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1억원 대출 탕감정책은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서 “돈을 볼모로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거야말로 여성과 청년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면서 “가족이라는 가치를 현금으로 왜곡한다는 부작용이 있는 데다 이런 대책을 먼저 도입했던 헝가리의 실험도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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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야의 인구해법을 과감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출산율이 단시간에 급등하는 식의 반전은 어렵다고 인정했다. 홍 교수는 “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과 관련돼있다”면서 “아이를 낳아 키워도 괜찮겠다는 생각과 믿음을 국가가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저출생 문제 해결은 결국 우리 사회 안에 있는 여러 불합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저출생 해법, 정부가 못 따라가" 홍석철 저고위원의 쓴소리[K인구전략]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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