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 원장 해임 및 검찰 수사 요청
"텔레그램 등산방에서 李 공약 논의"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이 2021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약 수립을 불법 지원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31일 공개한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 감사 보고서를 통해 국방연구원에 대해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김윤태 원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21년 3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북한산등산모임'에서 세종연구소 부소장인 A씨로부터 이재명 후보를 위해 국방 정책 공약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국방부 출신으로, 이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김 원장은 이후 A씨에게 선거 공약 개발과 자문 역할을 하고, 국방연구원 소속 직원을 추천·소개해줬다.
김 원장은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B씨를 원장실로 불러 A씨에게 소개해주면서 "A씨가 이재명 후보 대선을 돕고 있으니 잘 도와주라"고 했고, A씨가 가져온 이 후보의 모병제 공약 관련 문서를 B씨에게 잘 검토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방연구원의 다른 직원들도 김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후보 공약 개발에 조력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조사 과정에서 국방 관련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텔레그램 대화방 '북한산등산모임'이 점차 이 후보 선거 캠프 성격으로 발전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대화방에서 김 원장과 이 후보 캠프 측 인사들이 공약 관련 문서와 의견을 주고받고, 화상 회의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문서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 적용, 미래형 강군 건설' 등 제목으로 양식에 맞춰 만들어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김 원장을 비롯한 국방연구원 임직원들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 활동에 참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며 김 원장을 해임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한편, 김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 참고자료를 보내 수사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오는 4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 원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후임 국방연구원장을 선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전에 김 원장에 대한 해임이 결정되면 부원장이 원장 직무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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