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
플랫폼 등 잠수함 발사 근거는 전무
북한이 28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정도의 기술력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의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며 "7421초, 7445초(각 2시간 3분 41초, 2시간 4분 5초)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3000t급 이상인 ‘김군옥 영웅’함 에 실전 배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진수식 때 공개된 ‘김군옥 영웅’함은 함교 부분에 10개가량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VLS)이 설치됐다. 이 가운데 4개에는 중거리 SLBM인 ‘북극성-3·4·5’를, 나머지 6개에는 KN-23(이스칸데르) 개량 미니 SLBM을 각각 탑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건조한 ‘김군옥 영웅’함 실전배치 전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시험발사 미사일은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VLS에서 발사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아니다. 콜드론치는 최초 발사 이후 일정 고도까지는 탄환처럼 가스 등으로 미사일 본체를 밀어냈다가, 이후 공중에서 점화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방식이다. 북한도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 명칭 등 발사 플랫폼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3월 신포 인근 해상에서 수직발사관이 1개뿐인 2000t급 ‘8·24영웅함’에서 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 발표를 보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1500km급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을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발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잠수함은 발사관 수가 적어 실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시험용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3000t급 잠수함에 VLS 6개 이상은 구조적으로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3000t급 잠수함이 10개 발사관에서 나가는 SLBM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해군 도산 안창호함도 3000t급인데 발사관이 6개다. 북한 잠수함보다 6배가 큰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SSBN·1만8750t)도 발사관이 20~24개 수준이다. 특히 진수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군옥 영웅’함에서 발사하는 것은 시간상으로 제약이 많다.
순항미사일 전력 배치 하려면 군사위성은 필수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발해도 효율성은 미지수다. 움직이는 적을 전략순항미사일로 타격하려면 실시간으로 표적을 추적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이 필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북한이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아직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기술검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개발에 나설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강화 5대 핵심과제로 핵 추진 잠수함을 포함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핵무기를 장비(탑재)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주장해 통상 일컫는 원자력을 연료로 쓰는 핵 추진 잠수함과 해석을 달리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순항미사일을 서해와 동해서 발사한 것은 신뢰성 확보와 동시에 곧 실전배치를 과시한 것”이라며 “어제 발사는 바지선으로 보이는데 신형잠수함의 시운전평가도 끝나면 탑재 발사 시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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