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의 전쟁'에 시달리는 군인들
"쥐때문에 운 좋아야 2~3시간 잘 수 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쥐 떼가 들끓으면서 최전선에서 버티고 있는 군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쥐 떼가 참전 중인 군인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라'라는 호출명을 쓰는 한 우크라이나 여군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쥐와의 전쟁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쥐가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가 손가락 끝을 씹거나 물어뜯는 것으로 밤이 시작됐다"며 "운이 좋으면 2~3시간 정도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라는 군인 4명이 있는 통나무집에 1000마리의 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우리를 방문한 것은 쥐가 아니었다"며 "우리가 쥐들에게 손님이었다"고 했다. 키라는 쥐들을 잡기 위해 전용 퇴치제와 암모니아 등을 뿌렸으며, 나중에는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걸 도왔다. 그러나 나중에는 쥐들이 너무 많아져서 고양이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쥐 떼가 들끓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영상에는 쥐들이 침대 밑, 배낭, 군복 주머니, 베갯잇 등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러시아 박격포 안에서 포탄 대신 쥐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의 영상도 화제 됐다. CNN은 쥐 떼들이 혹독한 겨울을 맞아 먹이와 온기를 찾아 이동하면서 최전선에 질병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쥐들이 군사 장비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었다. 키라는 "쥐는 라디오, 중계기, 전선 등 모든 것을 갉아놨다"며 "쥐들이 차에 올라가 전기배선을 갉아먹자 차가 움직이지 못했고 탱크와 바퀴도 갉아 먹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쥐들 때문에 2만6500달러(약 3542만원)에 준하는 손실을 입었다"며 "통신이 두절되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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