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차노시, 안치운 개똥 주인 확인해 벌금 부과
DNA 검사비 65유로 개주인 부담 '논란'
이탈리아의 한 도시가 개똥 단속을 위해 관할 지역 내 모든 반려견에게 DNA 검사를 받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차노 당국이 거리에 방치된 개 배설물이 어떤 개에서 나온 것인지 밝혀내기 위해 도시 내 모든 반려견의 DNA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차노시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에 있는 도시로, 인구는 2018년 기준 약 10만7000여명이다. 이곳은 알프스산맥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여름에는 등산, 겨울에는 스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는 약 4만5000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려견의 DNA 검사비는 65유로(약 9만5000원)로, 이는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볼차노 당국은 지난해 12월까지 반려견 DNA 검사를 완료하라고 종용했으나, 지금까지 검사에 응한 주민은 전체 주민의 4.5%가량인 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적지 않은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데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반려견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반려견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는 주인이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DNA 분석으로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개 주인을 확인하게 되면 이들에게 292~1048유로(약 42만~153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검사비 외에도 이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또 있다. 당국이 반려견 추적이나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에 들어갈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만약 주민이 키우는 개가 아니라 유기견이나 관광객이 데려온 반려견의 똥일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볼차노 지역의 마델레이네 로레르 지방의회 의원은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할 일 많은 지자체와 경찰이 추가 지출만 겪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아르놀드 스쿨레르 의원은 "교통사고로 숨진 개나 인간을 공격한 개의 주인을 찾아내는 등의 다른 업무에서도 반려견 DNA 구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DB 구축 중이며, DNA 검사를 담당할 수의사도 추가로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볼차노시의 수의과 국장인 파올로 참보토는 오는 3월 말부터 반려견 DNA 검사가 의무화된다고 공지했다. 그는 반려견을 정부에 등록하지 않는 주인에게는 고액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면서 빠른 검사를 독려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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