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정신적 피로 누적…고령 사망자 많아
정부 "고령자 1만명 우선 호텔 대피" 지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일본 언론은 앞으로 '재해 관련사(災害?連死)'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해 관련사는 지진 발생 후 부상 또는 대피소 등에 머무는 피난 생활로 사망하는 것을 뜻하는데, 전체 지진 사망자 중 80%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주민 중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NHK는 이시카와현 내 사망자 206명 중 8명이 재해 관련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인 80대 남성은 지진 발생 후 인근 중학교로 피난을 가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재해 관련사는 지진 발생 이후 1주일에서 3개월 이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소 생활로 인한 육체·정신적 피로, 지진으로 인한 쇼크나 여진에 의한 공포 등이 원인이다. 특히 지병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들이 취약하다. NHK는 "평소 먹는 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화장실이 열악해 물이나 식사를 하지 않고 참는 등의 습관이 컨디션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사망자 중 재해 관련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18명으로 전체 희생자(273명)의 약 80%를 차지했다. 이 중 약 80%가 70세 이상이었다. 여기에 지병으로 약을 복용 중이거나 과거 병력이 있었던 사람은 약 90%에 달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도 3794명이 마찬가지로 사망했다.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 기관인 부흥청은 사망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0%라고 밝혔다. NHK는 재해 발생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을 집계한 결과, 지진 발생 후 1주일 이내 24.3%가 사망하며, 1개월 이내가 32.6%, 그리고 3개월 이내가 24.3%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서둘러 대비에 나섰다. 이시카와현에서는 현재 2만6000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중학교, 체육관 등에서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호텔이나 여관을 '2차 피난소'로 지정해 고령자, 임산부, 지병이 있는 사람 1만명을 먼저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난 대책 전문가인 카기야 하지메 아토미대학 교수는 "고령자들이 체력이 떨어지기 전 적절한 피난처로 옮길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또한 대피 시 이동 횟수를 줄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고령자들은 주변을 의식해 불편을 참는 경우가 많다. 자주 말을 거는 등 상시로 컨디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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