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패션은 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MZ세대의 '추구미'(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인 '올드머니룩'의 대표 주자로 불린다. 올드머니룩은 명품 로고가 크게 부각되는 의상보다는 우아하고 수수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옷과 가방 등을 매치하는 패션이다.
이부진 사장의 패션 감각은 업계에서 유명하며, 그가 매번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착용한 의류·가방 등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유행을 이끈다.
"이부진 사장 패션 아이템이 이 가격?"…누리꾼 놀라게 한 '저렴이 올드머니룩'
앞서 지난 4일 이부진 사장은 두을장학재단 2024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새로 선발된 장학생들을 만났다. 이날 이부진 사장은 회색 조의 옷깃 없는 재킷과 H라인 스커트를 착용했고, 여기에 같은 원단으로 만든 벨트를 착용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을 더욱 놀라게 한 점은, 이 의상이 고가의 명품이 아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딘트'의 넨토 슬림 재킷 스커트 투피스(벨트 세트)라는 것이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격은 11만 9700원이다.
이부진 사장의 이 옷차림이 언론 보도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명이 알려지면서, 해당 투피스 제품의 매출이 최대 300배 뛴 것으로 전해졌다. 딘트의 평소 쇼핑몰 방문객 가운데 절반 정도였던 신규 방문율 역시 보도 당일 91%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범현대가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결혼식에 나이테 모양의 디테일이 들어간 검은색 가방을 들어 화제가 됐다. 이 가방은 프랑스 브랜드 '데스트리' 제품이었다. 당시 가격은 550유로(약 75만원)로 저렴한 편에 속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편견 타파·신생 브랜드 가리지 않고 선택…직접 입점에 힘쓰기도
이부진 사장은 브랜드 선택에도 폭이 넓었다. 그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참석한 간담회에선 가방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인수한 프랑스 영 꾸뛰르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빠투'의 크레센트 숄더백을 선택했다. 1914년 디자이너 '장 빠투'(Jean Patou)가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며 탄생한 빠투는 코르셋 없는 드레스와 짧은 치마를 디자인하는 등 사회가 제한하는 여성 옷차림의 틀을 깨는 등 패션계 돌풍을 일으켰다. LVMH는 지난 2018년 장 빠투를 인수한 뒤 이듬해 2019년 '빠투'라는 브랜드로 부활시켰다.
이부진 사장이 '르 빠투 백 블랙' 숄더백을 착용한 뒤 2주간 판매량은 직전 2주 대비 약 1000%나 폭증했다. 로고, 유광, 미니사이즈 등 유사 상품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판매량은 1600% 증가했다. 이후로도 인기가 식지 않아 지난달 '르 빠투 백 블랙'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동나며 예약 주문을 받았고, 2024 봄·여름(SS) 상품도 블랙 모델의 경우 입고와 함께 완판돼 현재 추가 주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부진 사장은 아들 임모군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때 매치한 가죽 가방은 할리우드 하이틴 스타 출신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 올슨 쌍둥이 자매가 2006년 론칭한 미국 패션 브랜드 '더 로우'(THE ROW)의 제품이다. 3년 전 이부진 사장은 임군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도 더 로우 브랜드의 코트를 착용했다.
앞서 설명한 '데스트리' 역시 2016년 파리에서 시작한 신생 브랜드로 모델 지젤 번천, 가수 비욘세와 리한나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스트리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제랄딘 구이엇은 알렉상드르 아르노 티파니 총괄 부사장의 아내다. 데스트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계기도 이부진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2030 부산 엑스포 키링·소탈한 스마트폰도…'머리부터 발끝까지 화제'
이부진 사장이 패션에 가미한 아이템들도 화제를 모았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 당시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가방에 부산 엑스포를 기원하는 'BUSAN IS READY' 키링을 달아 힘을 보탰다. 센스있는 매치업으로 이날 이부진 사장의 패션은 액세서리까지 주목받았다.
또 아들 임군의 졸업식에서 포착된 이부진 사장의 스마트폰도 눈길을 끌었다. 그의 스마트폰은 '갤럭시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으로, 삼성전자가 2021년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었다. 5000대 한정판으로 269만5000원에 출시했는데, 제품 추첨 응모에만 46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될 당시엔 이 제품이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최신 기종만 사용할 것 같은 삼성가 인사 손에 들린 것과 더불어 이날 이부진 사장의 패션과 잘 어울려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따뜻한 카리스마로 패션뿐 아니라 '글로벌 리더'로서도 이목 끌어
2010년 까다롭기로 소문난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을 성공시킨 일 역시 업계에서 유명하다. 또 2013년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꺾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시계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또 지난 23일 강풍과 폭설 등으로 발이 묶인 여행객들에게 신라스테이 제주가 공짜 숙박을 제공한 사연이 알려졌다. 이 같은 '뜻밖의 행운'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나 자연재해로 결항이 될 때, 출발이 늦어진 전일 투숙객들에게 무료 1박과 2인 조식을 제공하는 신라스테이 제주만의 특별 프로모션이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여행객들을 배려한 특별 서비스로 호평을 받고 있다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충성 고개를 확보하는 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2015년 이부진 사장이 비행기 결항으로 발이 묶인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 신라스테이 대표에게 직접 제안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200객실에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글로벌 리더로서도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2015년 그가 면세점 유치 과정에서 긴장한 직원들에게 "잘되면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응원한 일은 이부진 사장의 따뜻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이같이 섬세한 경영을 하는 그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가운데 8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포브스가 ▲재력 ▲언론 활동 ▲영향력 ▲활동 영역 등 4가지 주요 지표를 통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기업 경영인의 경우 매출과 시가총액, 직원 수 등도 평가 기준에 들어갔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2012년부터 포브스·포브스 아시아판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의 뛰어난 여성 대표이자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