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서도 소아과는 지원 미달
필수 의료 기피 현상 갈수록 심해져
의료계에서 '기피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가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명 병원에서도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앞서 공식 유튜브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 출연한 병원 소속 소아과 전공의는 소아과의 '워라밸'을 강조하며 소아과 지원을 권고했다.
앞서 2015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전공의법)이 제정된 뒤로 주당 8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도록 규정됐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아과만큼은 워라밸이 잘 지켜진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칼퇴하는 게 가능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소아과 지원자 수는 정원 9명 중 7명에 그쳐 결국 미달로 나타났다.
소아과는 필수 의료 과목으로 꼽히지만, 기피과로 낙인찍히면서 전공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4~6일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기 모집 결과 모집 정원 3345명 중 3588명이 지원해 전체 지원율은 107.3%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아과는 정원 205명 중 53명이 지원, 지원율은 25.9%로 전체 과목 중 '꼴찌'였다.
다른 필수 의료 과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응급의학과(79.6%), 산부인과(67.4%) 등은 지원자도 줄고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178.9%), 안과(172.6%), 성형외과(165.8%), 재활의학과(158.8%), 정형외과(150.7%), 피부과(143.1%), 영상의학과(141.8%) 등 인기 과목들은 모두 100%를 훌쩍 넘는 지원율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환자 수가 3배 이상 달하는 등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의사마다 평균 50여명의 환자들이 대기상태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소아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분야 붕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련 인프라가 급감하면서 '의료 공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늦은 밤이나 휴일에는 진료를 보기 힘들고,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새벽부터 병원 밖에서 줄을 서는 일명 '소아과 오픈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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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아과 전공의, 전문의와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추진 중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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