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시즌 온라인 할부금융 거래 ↑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미국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온라인 할부금융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이 고갈된 상황에서 향후 할부금융 청구서가 줄줄이 돌아올 경우 이들 저소득층의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6일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BNPL)' 서비스의 온라인 지출금액은 지난달 들어 지금까지 총 101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7% 늘어난 수치다.
BNPL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할부금융 상품이다. 결제업체가 소비자 대신 물건값을 가맹점에 지불하고, 소비자가 결제업체에 구매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기간 쌓였던 초과 저축이 고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저소득·저신용자 중심으로 이런 결제 방식이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급등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물건값 지급을 늦추는 방식으로 연말 쇼핑에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할부금융 이용 증가가 저소득층의 대출 부담 상승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BNPL 서비스의 상당수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지만, 최근 몇 달간 이 같은 혜택은 거의 사라졌다. BNPL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어펌에 따르면 최근 분기 거래량 중 이자 지급 조건부 할부금융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달했으며, 대출의 90% 이상이 최고 이율 36%인 상품이었다.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인 컨슈머 리포트의 델리시아 레이놀즈 핸드 이사는 "물가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부담에 더욱 빠르게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BNPL 서비스는 부채 규모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용카드 대출과는 달리, 금융당국이 보고를 받지 않는 숨은 대출이 많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핀테크 전문가인 아르멘 메이어는 "BNPL 대출은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 크게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은 "연말 쇼핑철에 '구매는 지금, 상환은 나중에' 방식을 선호하는 미국인이 급증하면서 저소득층이 내년초 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첨단기술 할부상품 증가로 상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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