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임박, 남아 있는 상품은 1개뿐!" "이 상품을 232명이 함께 보고 있습니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 이런 말에 서둘러 구매 버튼을 누르고 카드 결제까지 끝마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알면서도 깜빡 속게 되고, 때로는 무엇엔가 홀린 듯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하지만 환불이나 취소는 매우 복잡하고 번거롭게 돼 있다.
이같은 상술 또는 눈속임을 '다크패턴(dark pattern)'이라고 한다. 2011년 영국의 UX 디자이너(User Experience Designer)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이 처음 정리해 제시했다.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서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등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디자인된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의 설계 또는 디자인 기법을 일컫는다.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해놓고 취소·해지·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취소·탈퇴 방해',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결제돼 비용이 추가되도록 하는 '숨은 갱신', 검색 화면에는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되면 숨겨진 최종가격을 청구하는 '순차 공개 가격책정' 등이 다크패턴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또 물건의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들거나, 결제 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배송비나 세금 등을 부과해 가격을 속이기도 한다.
흔히 일상에서 경험하는 '악성코드'나 '피싱'도 다크패턴의 일종이다. 다크패턴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하는 '넛지'와 비슷하지만, 속임수에 가깝고 사용자에게 손해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소비자원은 "다크패턴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기법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에선 다크패턴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현행 법규로 규율이 어려운 다크패턴에 대해서는 입법을 추진해 법적 근거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