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3만건 가까이 접수됐지만, 실제 공단의 소음 측정까지 진행된 경우는 3%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부와 시공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3년간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피해자 민원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 문제 중재를 위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서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층간소음 민원은 총 2만7773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단순 전화상담 종료가 전체의 72%(1만9923건)였고, 실제 소음 측정까지 진행된 경우는 3.7%(1032건)뿐이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측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측정 이후 민원의 분쟁이 조정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다"며 "지금과 같은 환경부와 국토부의 형식적 층간소음 업무로는 층간소음 분쟁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경기 9141건, 서울 5709건, 인천 1931건, 부산 1825건 등 순이었다. 주거 형태별 층간소음은 아파트가 84%, 다세대주택이 12%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윗집 소음이 85%로 가장 많았고, 주소음원은 뛰거나 걷는 소리가 68%를 차지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유형 분석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의 발생 원인을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문제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 '벽식구조'(벽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건축구조)로 지어졌는데, 벽식구조는 공사 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들지만,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지어진 전국 500세대 이상 아파트 가운데 98.5%가 벽식구조다.
특히 시공능력 상위 100개 건설사 대부분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했다. 층간소음 민원 중 시공사가 정확히 확인되는 9553건 가운데 7643건이 100위 안에 드는 87개 건설사가 지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상위 5개 건설사에서 2099건, 상위 6~30위 3332건, 상위 31~100위까지 2212건이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불화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실련이 판결문 등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동안 10배 증가했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 관련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경실련은 지난해 7월 경찰과 소방에 층간소음 관련 신고건수 및 범죄현황 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층간소음 관련 분류된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부와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김 사무총장은 "신축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전수조사 및 표시제를 법제화하고 기준 미달 시공사에 대한 벌칙 규정 신설, 나아가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공동주택 재개발, 재건축 환경영향평가 시 1~2등급으로 층간소음 목표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저감방안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에 맞지 않는 주택을 시공한 사업 주체에 과태료 부과 및 보완 시까지 준공검사 연기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등 더 적극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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