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이 계속 하락해 최고가 대비 5분의 1로 떨어졌다. 리튬가 하락에 따른 배터리 판가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리튬 가격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더 이상 하락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바닥을 찍고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탄산 리튬 가격은 ㎏당 109.5위안을 기록하며 2021년 8월27일 이후 2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581.5위안에 비해 약 81.1% 하락했다. 최고가 대비 가격이 5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전기차 수요 감소와 중국산 배터리의 과잉 공급 탓이다.
리튬 가격 하락은 양극재 가격에 악영향을 끼친다. 리튬은 양극재 가격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니켈 등 광물 가격과 판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판가는 광물을 사는 시점의 가격이 아닌 최종제품인 양극재를 팔 때의 광물 가격이 기준이다. 리튬 가격이 오를 때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리튬 가격이 내릴 때는 이익이 떨어진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제품을 판매했을 때 기업이 얻는 마진이 커지는 것을 '래깅 효과(Lagging Effect)'라고 하는데 이 반대인 '역래깅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관세청 수출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수출 가격은 ㎾h(킬로와트시)당 38.2달러다. 최근 2년새 양극재 가격이 가장 높았던 올해 1분기 ㎾h당 51.1달러에 비하면 약 25.2%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4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배터리 가격의 40%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가격 등락은 배터리셀 가격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가격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양극재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극재의 ASP가 올 4분기 약 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 메탈 가격이 하락 추세인 만큼 ASP는 내년 1분기까지 하락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K양극재' 경쟁자도 늘고 있다. 벨기에 양극재 업체 유미코어, 글로벌 1위 화학업체 바스프 등 유럽 업체들의 성장세가 거세다.
리튬 가격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기차 수요 감소를 미리 반영하며 '락바텀(Rock bottom·최저치)'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세계 2위의 리튬 채굴 기업 SQM의 평균 판가는 ㎏당 22달러까지 하락이 예상된다"며 "SQM 등 리튬 기업의 리튬 평균 생산 원가가 ㎏당 18~20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내려가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생산 원가보다도 판가가 떨어질 경우 리튬 생산 기업들은 밑지는 생산보다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 리튬 가격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래깅 효과가 나온다. 미리 사둔 싼 원료를 가지고 원료 가격이 오른 기준의 배터리 가격으로 팔 수 있다. 배터리셀, 양극재 기업들의 이익이 다시 커지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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