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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풍요의 시대는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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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풍요의 시대는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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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조6652억달러로 전년 대비 8% 하락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9.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100달러이던 60년대 초 이후 60년 동안 3만달러를 상회하는 고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7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게 세 번의 위기를 겪었다.


그래도 많이 보아온 여러 나라들처럼 좌초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 국민의 의지, 국가의 정책적 노력,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과 국민의 희생과 더불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지난 30년간은 중국의 영향이 컸다 할 수 있다. 중국은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에 필요한 비교적 숙련된 인력을 낮은 임금으로 제공하며 생산 기지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중국 스스로 고속 성장하며 13억명 인구로 거대한 시장 역할도 해왔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다. 국제 정치,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며 풍요를 누려 왔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균형과 공동 번영 전략에 금이 가면서 큰 상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동번영이 아니라 각자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가장 주목해볼 것은 노동시장 변화이다. 중국의 노동력이 세계 물가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 내 주요 도시의 임금도 이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소프트웨어 분야만 해도 1선 도시에서 2선 도시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니면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실정이다. 게다가 여러 나라가 자국 노동자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요 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원천기술 전쟁, 소재·부품·장비 전쟁, 공급망 전쟁이 벌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지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은 자연히 수출 감소, 성장률 둔화로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으며 경제가 나빠지니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라 개발사, 건설사, 금융권이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기간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를 압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지속해서 여러 차례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이런 상호 작용이 어느 시점에 금리를 안정적으로 되돌려 다시 균형을 찾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리스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금리가 더 높아야 정상이나 우리 금융당국은 눈치를 보면서 어정쩡하게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계속 치솟고 반면 부동산시장이 경색되면서 개발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한 저축은행·증권사, 보증을 선 건설사가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영끌’해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받아 주택을 마련한 서민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자산가들은 오히려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결국 여러 기업의 퇴출이 일어나고 물가가 치솟고 서민의 삶이 어려워지면 경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음식값이 치솟으면서 장사가 안돼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결국 풍요의 시대가 끝나고 긴축해야 하는 디플레이션이 다가올까 걱정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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