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환자 줄지 않아
주량·음주습관도 구체적으로 명시
일본 정부가 알코올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막겠다며 처음으로 직접 적정 주량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최근 일본 내 2030을 중심으로 음주를 꺼리는 문화가 퍼져나가면서 1인당 술 소비량은 줄고 있으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보건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은 전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국내 최초로 '건강을 배려한 음주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이나 생활습관병(성인병), 간 질환,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순 알코올양은 하루 20g, 일주일 150g 이상이라며 이 이상을 섭취하면 안된다고 규정했다.
순 알코올 20g은 500㎖짜리 맥주 한 잔, 사케 1홉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성별에 따라서도 조건을 다르게 뒀는데, 남성은 하루 40g, 여성은 20g 이상을 넘을 경우 성인병 발병 위험이 높다고 후생노동성은 명시했다. 남자 하루 맥주 500㎖ 2잔, 여성 1잔 이상을 마실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성별이나 나이별로 알코올의 영향을 다르게 받는다며 "여성이나 고령자는 체내 수분량이 비교적 적어 알코올의 영향을 받기가 더욱 쉽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혈압이나 남성 식도암, 여성의 뇌졸중의 경우 알코올은 소량이라도 발병 위험을 올린다"며 "음주량은 가급적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줄어들지 않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수를 고려해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생노동성의 환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내 알코올 의존증 환자 수는 4만6000명으로, 1996년 4만7000명에서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 일본 정부는 ‘알코올 건강 장해 대책 기본법’에 근거한 대책 추진 계획을 수립했고, 음주량 등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음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제정을 요구해왔다.
적정 주량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도, 후생노동성은 피해야 할 음주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알코올 섭취량 60g(맥주 500㎖ 3잔) 이상의 음주', '불안이나 불면을 해소하기 위한 음주', '투약 후 음주'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이 밖에도 "음주를 하는 경우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타인에게 무리한 음주를 권유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음주를 계기로 폭력이나 폭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등 음주 습관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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