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S 연체율 1년 새 3배 급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돈줄이 마르는 '크레디트 크런치(Credit Crunch·신용경색)'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의 만기 상환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3%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47%)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신용경색이 심화하고 있다"며 "CMBS 만기 상환율만 놓고 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셈"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은 상업용 부동산 노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고, 만기 도래 시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 상업용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거나 가격이 급락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JLL의 뉴욕 사무소 공동 책임자인 마이클 질리오티는 "신규 대출이나 재융자 모두 어려워진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에 따르면 CMBS 연체율은 3분기 말 기준 5.75%로 최근 1년 새 3배가량 급등했다. 10%를 웃돌던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대출 부실 현실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파생상품을 통해 은행 시스템으로 전이가 됐듯이 CMBS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근간이 되는 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CMBS의 절반 가량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것으로 무디스는 추정했다.
문제는 끝없이 떨어지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는 구조적 변화를 겪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고, 가격은 역사상 고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의 부동산 기업 쿠슈너 코스가 2018년 뉴욕 브루클린 중심가의 오피스 빌딩을 6억4000만달러(약 8257억원)에 매입했는데, 현 시세는 2억7000만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5년 새 가격이 58% 폭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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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브프라임이라는 주거용 부동산이 야기한 2008년의 금융위기 때와는 위기의 양상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이 혼재되고 상품을 대형은행들이 서로 사주면서 피해 범위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하지만 CMBS의 경우 연체율이 급증하더라도 파생되는 자산이 적어 채권 보유자(투자자)에게만 피해가 한정될 것이라고 WSJ은 짚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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