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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38)스마트폰용 반도체, 이것 미루면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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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칩 성능 향상폭 둔화
RISC-V 아키텍처, '포스트 ARM' 부상
ARM 라이선스 비용 확대 부과 가능성에 대한 모색 필요
구글, 퀄컴 등 안드로이드 진영 선제적 대응
애플, ARM과 협력 2040년 이후로 연장했지만 일부 대응 나서
서방 진영 반도체 규제 회피 위한 중국의 탈출구 가능성 우려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 쇼크웨이브](38)스마트폰용 반도체, 이것 미루면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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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상승한 애플의 반도체 설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 실리콘, 즉 애플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가 모든 아이폰과 맥컴퓨터 아이패드에 탑재되기 시작한 지는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아이폰용 칩은 'A17프로'까지 발전했고, PC와 아이패드용 칩은 'M3'로 진화해왔다(물론 각 기본 모델 외에 다양한 종류의 고성능 칩들이 추가로 등장했다).


M1이 기존 A12Z 칩과 비교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이룬 데에는 애플이 인텔의 칩을 버리고, ARM으로 반도체 설계의 근간을 전환했던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인텔에 비해 적은 전력을 소비하는 ARM의 설계를 도입한 칩을 통해 애플은 모바일 분야 칩 제작에서 시장의 터줏대감 인텔과 AMD를 단번에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아이폰에 쓰이는 A칩의 급성장 후 등장한 M시리즈는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 x86계열의 추락과 ARM 계열의 부상을 보여주는 결정적 계기였다.

[애플 쇼크웨이브](38)스마트폰용 반도체, 이것 미루면 뒤처진다 애플이 2023년 10월30일, '겁나게 빠른'(Scary fast) 행사를 통해 공개한 M3, M3프로, M3맥스 칩

마침 코로나19 시기에 등장한 M시리즈는 기업과 개인의 PC 수요 급증 속에 큰 성과를 냈다. 특히 인텔 기반 CPU를 사용한 PC에 비해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저렴한 맥북은 '메기'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3년 사이 애플 실리콘의 성장이 주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M2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M3도 추격자와의 간격이 벌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좁혀지는 모양새다. 특히 애플이 TSMC의 3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경쟁사 대비 최소 1세대 이상 앞선 공정의 반도체를 선보였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라는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맥북 컴퓨터와 아이패드의 판매량도 감소세다.


성능 향상을 위한 공정 진화 결과가 부족했다면 다른 대안은 있을까. 대안은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예상이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에서 시작된 'RISC-V'다(숫자 5이다).


RISC-V는 사실상 ARM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향후에는 시스템반도체가 x86, ARM, RISC-V 세 진영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ARM의 설계도 RISC 기반이다. RISC란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의 약자이다. 축소된 명령어 세트를 통해 x86 계열이 사용하는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보다 구조를 간단하게 할 수 있다. ARM이라는 기업명도 RISC라는 출신임을 입증한다. Advanced RISC Machine의 줄임말이 ARM이다.


RISC-V 칩은 비슷한 성능의 ARM 칩에 비해서도 칩 사이즈가 30~50% 정도 적고 전력을 최대 60%나 적게 사용한다. 칩 구현상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무시하기 힘든 장점이다. 특히나 소비자 기기용 단말기가 아닌 서버용 칩에서는 RISC-V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RISC-V는 ARM 기반 칩의 설계를 책임지는 ARM도 두려워하는 존재다. 애플이 제조하는 모든 아이폰과 맥 컴퓨터, 아이패드에서 ARM 설계가 빠진다는 상상을 해보자. ARM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잃게 된다. 퀄컴, 미디어텍 등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사들도 애플의 방향을 따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ARM은 증시 상장을 위한 신고서에서 사업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ARM 차이나로 대변되는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과 함께 RISC-V의 부상을 꼽았다.


ARM 증시 상장, RISC-V 성장 앞당기나

묘하게도 ARM의 증시 상장은 RISC-V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장기업은 실적 확대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 ARM의 주가는 주식 공모가 51달러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대부분의 IT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기린아로 꼽히던 ARM 주가는 기대에 맞는 모습이 아니다.


주가 상승의 기반은 실적이다. ARM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 등 ARM 설계에 기반한 반도체를 사용한 제품이 많이 팔려 라이선스 비용을 더 받는 것이다. 이런 성장전략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 라이선스 비용의 인상이다. 이미 ARM이 칩 단위가 아닌 단말기 단위로 라이선스 비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 바 있다. ARM은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Nuvia)의 라이선스 계약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도 누비아가 체결했던 라이선스 계약이 퀄컴의 그것보다는 작은 규모인 것이 소송이 벌어진 계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RISC-V는 오픈 소스다. RISC-V를 사용하면 비용이 ARM에 비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인이다. 애플도 아이폰 판매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당연히 원가 절감에 대한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비록 적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ARM에 지불하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다.


최근 미국 금리가 치솟으면서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하는 등 비용감축이 화두다. 성능만 받쳐준다면 RISC-V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애플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RISC-V에 먼저 가까워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구글이나 안드로이드 폰용 AP 칩의 대표주자 퀄컴은 RISC-V 도입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퀄컴과 인피니언, NXP, 노르딕세미컨덕터, 보쉬는 2023년 8월 RISC-V 기반의 새로운 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애플 쇼크웨이브](38)스마트폰용 반도체, 이것 미루면 뒤처진다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의 RISC-V 지원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도 2023년 10월 30일 오픈소스 블로그에 'RISC-V와 안드로이드: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를 통해 구글은 오는 2024년까지 안드로이드 개발자용 에뮬레이터를 제공한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이는 RISC-V용 안드로이드 앱과 단말기를 선보이기 위한 환경이 구축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구글은 앞서도 RISC-V가 ARM과 같은 1순위(Tier 1)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었고 이번 발표를 통해 RISC-V에 대한 대응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구글의 이런 발표는 퀄컴과 함께 RISC-V에 기반한 스마트워치용 칩을 내년에 출시한다는 발표와도 연계해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핵심인 삼성도 RISC-V를 연구 중이다. 삼성은 2023년 5월 오픈소스 비영리단체 리눅스재단이 발족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RISE(RISC-V Software Ecosystem, 라이즈)’의 운영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다고 발표했다. RISE는 RISC-V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삼성 외에 구글,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이 참여한다.


애플 역시 RISC-V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만, 도입 시점은 안드로이드에 비해 늦어질 수 있다. ARM 상장 신고서에 따르면 애플과 ARM은 2040년 이후까지 협력 관계를 연장하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안드로이드 진영이 치고 나간다면 애플도 RISC-V를 무시할 수 없다. ARM의 탄생에 애플이 주춧돌 역활을 한 데다, ARM의 상장에도 애플이 앵커 투자자로 나선 만큼 양사의 관계는 다른 기업들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 애플이 RISC-V를 사용하더라도 CPU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분야에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애플은 이미 수차례 핵심 칩 공급선을 교체한 경험이 있다. 모토로라, 인텔 등 애플이 버린 칩 회사는 매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RISC-V 확산의 복병

국제 정세의 변화도 RISC-V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RISC-V의 발전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인만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기 위해 최신 ARM 아키텍처가 중국 기업에 판매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과 어긋난다.


ARM 차이나는 이미 본사와는 별도의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오픈소스인 RISC-V마저 중국이 장악하게 된다면 서방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는 구멍이 뚫리게 된다. 이미 알리바바그룹 바이두 등 중국의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은 RISC-V 특허 동맹을 만들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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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미 정치권에서는 RISC-V도 대중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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