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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만 6.5조…해외원조 잘 하고 있나요?[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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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재건 위한 '마셜플랜'으로 시작
국익도 챙겨야 vs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한국은 1980년대 원조사업 본격 시작
원조규모 확 늘었지만 분절화 문제 심각
ODA 역량 부족한 부처에선 성과부실도

내년 예산만 6.5조…해외원조 잘 하고 있나요?[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올해의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ODA 정부 예산안 규모를 40%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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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24년 6조5000억원을 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예산은 올해보다 45%나 증가했고,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제사회를 향해 대한민국은 '이 곳'에 돈을 많이 쓰겠다고 약속했죠. 이 분야는 바로 공적개발원조(ODA)입니다. 한국은 ODA를 받던 나라에서 ODA를 주기 시작한 최초의 나라이기도 한데요. 한국은 수조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ODA에 사용하고 있을까요? 또 국제사회에서 ODA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서유럽 재건으로 시작된 ODA…국익우선 vs 인도주의

국제사회에서는 ODA의 시초를 ‘마샬플랜’으로 보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쑥대밭이 된 유럽재건을 위해 미국이 시행한 원조계획이 마샬플랜입니다.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은 서유럽 16개국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했죠. 미국의 기업들은 유럽 재건사업에 참여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서유럽의 공산화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후 1960년대 주요 선진국들이 원조전문기관을 설립했습니다. 개발에 초점을 두던 원조사업은 1970년대 빈곤감소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ODA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이 주요 이슈로 대두됐죠. 현재는 빈곤퇴치와 지속가능성, 균형발전이 ODA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내년 예산만 6.5조…해외원조 잘 하고 있나요?[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현대 공적개발원조(ODA)의 시초로 불리는 마셜플랜 재건사업 현장. 1948년 독일의 재건사업 당시 모습으로 사진 속 벽면에는 '마셜플랜의 도움을 받은 베를린 비상계획'이라고 쓰여있다. 사진=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국

ODA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묘하게 다릅니다. ODA도 결국 국익을 위한 하나의 사업이라는 견해가 있죠. 실제 ‘ODA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는 대부분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를 운영했던 나라들입니다. 이들은 주로 과거 식민지였던 저개발 국가에 ODA를 제공하죠. 이를 두고 선진국들이 구식민지에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ODA라는 수단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ODA는 지원받는 나라뿐 아니라 지원하는 국가도 이익이 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에 원조를 제공하고 발전에 성공하면, 수출시장이 커지고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쉬워지거든요. 또 원조 과정에서 필요한 물품과 용역을 자국에서 조달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구속성 원조(Tied Aid)’라고 합니다. 장기적인 ODA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반면 ODA가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운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게 되면 오히려 지원국가의 경제발전이 왜곡되고 원조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원칙적으로 원조사업에 기업이 참여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북유럽 국가들은 ODA를 시행할 때 무상원조와 비구속성 원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죠.


수십개 부처에서 "ODA 하겠다"…성과부실 비판도
내년 예산만 6.5조…해외원조 잘 하고 있나요?[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한국의 ODA는 어떨까요? 정부수립 초기 발발한 6·25 전쟁 탓에 한국은 ODA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50년 국제연합(UN)으로부터 5800만달러의 원조를 받은 게 시작이었죠. 본격적인 경제발전에 도전한 1960년대도 원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식량과 물자를 집중적으로 받았던 과거와 달리 경제기술원조 협정을 맺고 외국 전문가를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과학기술재 도입과 광공업 개발, 교통·도로 건설이 본격화됐습니다.


한국은 1980년대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립을 계기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공식적인 선진공여국 지위에 올랐고요. 이후 한국의 ODA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이 ODA에 쓴 돈은 약 36조원에 달하죠.


그렇다면 한국의 ODA는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한국은 외교부가 무상원조를, 기획재정부가 유상원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ODA를 통해 국익을 추구할지, 인도주의적인 지원에 집중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초기부터 논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외교부와 기재부 관료들 간의 입장차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ODA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국무조정실이 하고 있고요.


내년 예산만 6.5조…해외원조 잘 하고 있나요?[송승섭의 금융라이트] ODA 예산을 나눠가지는 정부 부처 및 기관들. 파이썬을 통해 2022년도 ODA 사업을 분석한 뒤 voronoi treemap 모델로 시각화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에서는 ODA를 시행하는 기관이 많다는 겁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ODA 전담 기구 2~3곳이 ODA 업무를 수행합니다. 전문기관이 ODA를 수행함으로써 사업중복과 소규모 사업의 난립을 막고, 성공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한국은 ODA 전담 기구인 EDCF와 KOICA가 전체 사업의 절반도 수행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ODA 예산을 타낸 부처만 44개에 달하고요. 이를 ‘분절화’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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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ODA 역량이 떨어지는 부처에서 해외원조를 제공하다 성과가 부진하거나 사업효과가 미진한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가령 관세청은 2016년 7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키르기스스탄에 관세행정 현대화 ODA를 진행했는데, 키르기스스탄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이라 한국 관세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었죠. 농림축산식품부는 베트남에 30억원을 투입해 채소 계약재배 시범단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판로미확보와 현지 토양 미적응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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