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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사소한 배려가 되살려준 공동체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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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사소한 배려가 되살려준 공동체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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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 온 아파트에서 감동했던 사소한 일이 하나 있었다. 현관 비밀번호가 헷갈려 몇 번이나 누르는 동안 이웃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려준 것이다. 현관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거리가 좀 있는 편이어서 당연히 그냥 올라가겠거니 했는데 아저씨는 꽤 멀리서 나를 보고 기다려줬다. 별것 아닌 일일 수 있지만, 나는 그 배려에 감동해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 사소한 배려가 이례적으로 느껴졌던 건, 이전의 거주지에서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이웃들과 다소 차갑게 지냈던 관계가 익숙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나의 공동체라기보다는, 짧게 사는 사람이 많았던 오피스텔에서는 이웃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매일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각자 다른 직장의 사람들끼리도 정은 없다. 대부분은 내가 눈앞에 있어도 쌩하고 올라가 버린다. 강남 직장인 사이에서의 삶이란 약간은 차갑고 개인주의적인 무엇인 반면, 이 다소 오래된 동네의 옛 아파트에서는 다른 정이 있다고 느낄 때가 제법 있다.


다소 오래된 이 아파트에서는, 어린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기본적으로 서로 인사를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나는 이 분위기에 금세 감화가 되어, 며칠 전에는 현관에서 한참 인터폰으로 문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배달원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었다.


나는 열림 버튼을 누른 채 그분이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오는 걸 바라보며, 잠깐을 기다렸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쪽 다리를 많이 절뚝이는 게 다쳤거나 장애가 있는 분 같았다. 그분은 엘리베이터에 도착해서 처음의 나처럼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인사를 했다. 정말 별일 아니었는데, 그냥 순간, 조금은 좋은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느꼈다.


온통 새것과 익명성, 참견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대도시의 차가움이 사랑받는 시대이다. 나 또한 어쩌면 상대방이 나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귀찮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너무 공고해진 나머지, 타인들을 다정하게 대하는 법을 잊어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환경 변화와 한 사람이 건네준 작은 배려로, 마음의 태도랄 것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각자도생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각자 자기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 누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삶이 시작되는 건 거창한 캠페인이나 대단한 정책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배려와 온기에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그 누군가를 위해 문이나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가볍게 양보하며 배려해주는 순간, 그 일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이어지며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다시 서로를 회복하는 사회란,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소한 순간과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 또한 매일의 한 걸음을 나아가고자 한다. 언젠가 그 여정의 어느 거리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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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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