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36명인데 생도 5명 있는 곳도"…ROTC 가느니 일반 병사로

ROTC 절반 정원 미달…5명 있는 곳도
초급간부 처우 좋지 않다는 인식 반영된 결과

올해 상반기 육군의 학군사관(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ROTC를 운영하는 대학의 절반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급간부는 복무기간이 길고 처우가 좋지 못하다는 최근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육군 학군단을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가운데 생도 정원이 미달한 학교는 54곳으로 집계됐다.

경인교대 학군단은 36명 정원에 ROTC 생도는 5명에 불과했고, 교원대 학군단은 69명에 정원에 재학 중인 생도는 23명이었다. 한양대는 54명 정원 중 25명, 서강대는 43명 정원 중 20명을 채우는 데 그쳤다.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훈련 중인 ROTC 생도들 [이미지 출처=육군 제공]

ROTC 경쟁률은 2015년 4.8대 1, 2021년 2.6대 1. 2022년 2.4대 1 순으로 매년 감소해왔다. 올해 전반기 육군 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은 역대 최저인 1.6대 1에 머물렀다.

결국 육군은 지난 1일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현재까지는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으나, 입영 후 중도에 포기하는 후보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졸업 후 임관하는 학사장교 인원이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이지만 ROTC는 군별로 24~36개월이다. 또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대로 2025년까지 병사 봉급을 병장 기준으로 15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지원금 55만원을 더하면 200만원 이상이 지급될 예정인데, 이는 소위(평균 월 178만원)를 웃도는 액수다. 장교가 되는 것보다 일반 병사로 군 복무를 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생기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병사 봉급 인상의 순기능이 있지만, 국방 분야 경직성 예산이 증가해 첨단 무기체계 획득 지연과 초급간부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 의원은 “우리 군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국방부가 우수한 초급장교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면서 “국방부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원인 파악과 함께 혁신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