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문제 없다" 보도… ‘사실과 다르다’ 확인서 서명 강요
당시 참모 2명도 공소 제기 요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허위 서명 강요’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공소를 제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검사와 법관, 고위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어 송 전 장관의 재직 시절 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
공수처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송 전 장관과 당시 군사보좌관이었던 정해일 예비역 육군 소장,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2018년 7월 간담회에서 자신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간부들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만들고 서명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기무사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이듬해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후 ‘문제없다’는 취지의 송 전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서 문건의 성격이 논란이 됐다.
사실관계 확인서에 유일하게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민병삼 당시 국방부 100기무부대장(예비역 대령)은 송 전 장관의 문제 발언을 정리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제목의 문건을 상부에 보고했다.
공수처는 사실관계 확인서에 명시된 내용은 언론보도와 관련해 국방부의 언론 대응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군사보좌관실과 대변인실의 직무에 속한다고 봤다. 또 해당 문서는 사실관계의 증명을 위한 문서로 작성권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임의로 작성하거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송 전 장관 등이 서명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서명 행위를 하게 했고, 서명 거부 의사를 표시한 참석자에게까지 재차 서명을 요구해 결국 서명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당시 상황,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송 전 장관 등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