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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깜깜이’ 사모 CB…주가 올라도 ‘그들만의 잔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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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라 전환가 넘으면 전환청구권 행사 이어져
사모 위주 발행으로 일부 기관 투자자와 ‘큰 손’ 이익 챙겨
당국은 CB 발행 제도 개선 추진…“규제 강화 땐 자금 조달 차질” 반박도

올해 들어 코스닥 지수가 35%가량 오른 가운데 전환사채(CB)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인공지능·초전도체 등테마주로 수급이 몰리면서 쏠림현상이 강해진 가운데 일부 '큰 손'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주가가 오른 틈을 타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은 신주를 받는 즉시 매도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미전환 CB가 많은 상장사일수록 잠재적 매도 대기물량(오버행) 우려 탓에 주가가 더 오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존 주주나 개인 투자자들은 불리한 것이다.


더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다수 CB가 사모로 발행된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 관련 사채 214건 가운데 5건을 제외하고 모두 사모로 발행됐다. 사모 CB는 기존 주주와 투자자에게 사전에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발행하는 '깜깜이' 사례가 많다.


'그들만의 리그' CB 투자,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극대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예스티는 오는 18일 신주 36만주를 상장한다. 2021년 5월 발행한 '5회차 CB'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가 40억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가는 1만1034원으로 현재 주가 2만3750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주 상장일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CB 보유자는 46억원을 벌어들인다. 투자 수익률은 115%에 이른다.


앞서 반도체 장비 업체 예스티는 5회차 CB를 발행해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200억원을 마련했다. 전환가는 발행 당시 1만5764원에서 수차례 조정을 통해 최저가까지 내려온 상태다. CB 발행 이후 부진했던 주가는 올해 들어 시장 회복과 더불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고도화를 위한 필수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6월 이후로 2개월 여만에 주가는 130%가량 올랐다.


유니트론텍은 오는 19일 신주 39만주를 상장한다. 앞서 유니트론텍은 2018년 10월 운영자금을 마련하려고 14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했다. 사채 만기일은 다음달 8일이고 전환청구권은 오는 8일까지 행사할 수 있었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는 5545원이었지만, 유상증자와 시가 하락 등의 사유로 전환가는 3317원으로 낮아졌다.


유니트론텍 주가는 8일 510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6거래일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5000원선을 돌파한 것은 1년4개월 만이다. 최근 자율주행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에 영향을 줬다. 유니트론텍은 2019년부터 자율주행과 관련한 정부의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최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덕분에 CB를 보유 중이던 남궁선 대표는 일부는 장외에서 매도하고 일부는 주식으로 전환했다.


최근 몰리브덴 광산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라이트론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트론은 2021년에 '6회차 CB'와 '8회차 CB'를 발행해 220억원을 조달했다. 시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를 낮췄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 전환청구권 행사는 불투명했다. 주가가 전환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 데다, 사채 만기일까지 1년 6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급등한 후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는 투자자가 생기고 있다. 8일 주가는 4820원으로 전환가보다 30% 이상 높다. 신주 60만주는 오는 18일과 19일에 상장한다.


지난 1일 전환청구권 행사 요구를 접수한 오성첨단소재 주가는 지난 7월26일 연중 최저가 1193원을 기록한 후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한달여 만에 주가는 70% 이상 올랐고 2000원을 돌파했다. 주가 급등으로 '23회차 CB'를 보유한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가는 1427원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현재 주가와 전환가는 40% 이상 차이 난다. CB 투자자는 20억원어치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신주 140만주를 받는다.


오성첨단소재의 자회사 카나비스메디칼은 카이스트와 마리화나 화학물질 카나비노이드를 이용한 의료용 대마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보건인적서비스부(HHS)는 마약단속국(DEA)에 대마의 법적 마약류 등급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대마의 마약률 등급 하향 조치로 대마 합법화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오성첨단소재 주가 상승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줄 잇는 ‘깜깜이’ 사모 CB…주가 올라도 ‘그들만의 잔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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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 회복 전환청구권 행사 증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 상반기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CB는 총 1조29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지난해 하반기 대비로는 47% 늘었다. 올 상반기 시장 회복으로 전환가를 웃도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는 CB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CB는 일반 사채와 달리 전환청구권을 포함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난 후 주가가 CB를 발행했을 때 정한 전환가보다 높으면 보통주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다. 연 5% 안팎의 이자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조건은 금융권 대출보다 좋은 편이다. 시가가 하락했을 때 전환가를 조정하는 옵션도 넣을 수 있어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보다 CB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다. 일부 투자자는 담보도 함께 요구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면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진다. 상장사는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보유 중인 현금성 자금을 활용해 채무를 상환하는 것보다 보통주로 전환해 부채를 줄이면 재무 건전성이 높아진다. CB 투자자와 발행 상장사와 달리 주주는 자칫 과거에 발행한 CB 탓에 주가가 상승하는 데 제동이 걸릴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다수 CB 투자자는 전환가와 현재 주가를 고려해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 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 신주를 받는 즉시 매도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미전환 CB가 많은 상장사일수록 잠재적 매도 대기물량(오버행) 우려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라이트론이나 오성첨단소재는 전환청구권 행사 이후로도 미전환사채 잔액이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대다수 CB가 알음알음으로 사모 발행한다는 점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CB에는 대개 기관 투자가나 자금력이 있는 일부 개인이 투자한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 관련 사채 214건 가운데 5건을 제외하고 모두 사모로 발행했다. 감독당국은 사모로 발행해 투명성이 낮은 CB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CB를 발행하면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 기존 주주와 투자자에게 사전에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발행하는 사례가 많다"며 "사모로 발행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로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이사회 결의 후 납입기일 1주일 전 주요사항 보고서를 통해 공시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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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자칫 규제 강화로 상장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장애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중소형 상장사가 공모로 CB를 발행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내고 신용평가사 평가를 받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규제가 많아지면 상장해서 얻는 효용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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