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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실사판 1조원 도박왕, 필리핀서 6년만에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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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최고 부촌서 초호화 생활
불법도박사이트 부당이득 1조3000억원
소재파악 2년…검거까지 2년…송환까지 또 2년

한국과 필리핀에서 조직원 200명을 부리며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조3000억원을 챙긴 도박조직 총책 김모(44)가 30일 필리핀에서 강제송환됐다. 2017년 2월 경찰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달아난 지 6년 만이다. 현지에서 체포되고 나서도 2년 넘게 송환이 연기됐지만, 결국 한국 경찰에 신병이 인계되면서 김씨의 영화 같은 도피 행각은 막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31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카지노’ 실사판 1조원 도박왕, 필리핀서 6년만에 잡아왔다 경찰청 외사국 인터폴국제공조과, 코리안데스크, 필리핀 경찰청 등이 공조해 2021년 9월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사이버 도박 조직의 총책 A씨를 검거했다.[사진제공=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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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이트로 천문학적 부당이득= 김씨는 국내에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경찰 수사로 4건의 수배를 받자 2017년 2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듬해 7월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 잡은 그는 현지에서 다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마닐라의 호텔 카지노에서 진행되는 바카라 등의 도박을 실시간 중계하고, 한국과 해외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거는 ‘사설 토토’를 만들었다. 김씨는 마닐라에 총 8군데 사무실을 차리고, 200명 가까운 조직원을 부리며 ‘스포츠토토팀’, ‘바카라팀’, ‘사이트관리팀’ 및 ‘지원팀’ 등 4개의 팀의 도박조직을 운영했다. 그가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에게 입금받은 금액만 1조3000억원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사이트가 2021년까지 운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굴린 판돈 전체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던 조직원 20명 중 16명을 붙잡아 송환했고 국내 조직원 177명 중 166명을 검거했다.


◆무장 경호원 대동, 초호화 생활= 김씨는 불법 도박 조직을 운영하면 챙긴 돈으로 필리핀 마닐라 알라방 지역의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초호화 생활을 영유했다. 알라방은 필리핀 최상류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다. 각종 편의시설과 넓은 부지, 잘 정돈된 도시 개발로 필리핀 전역에 흔한 부랑자나 걸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도 그는 리조트와 거대 저택 등을 옮겨다니며 호화롭게 지냈다. 3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마이바흐를 비롯해 10대의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와 명품 쇼핑을 즐겼다. 평소에는 10여명의 무장 경호원과 경호 차량 3~4대를 대동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카지노’ 실사판 1조원 도박왕, 필리핀서 6년만에 잡아왔다 2021년 9월18일 불법 사이버 도박 조직의 총책 A씨 검거 당시 필리핀 마닐라 알라방 지역의 A씨 자택에서 벤츠 마이바흐를 비롯한 10대의 최고급 승용차와 명품 가방, 골프용품 등이 다수 발견됐다. [사진제공=경찰청]

◆2년 추적 후 주거지 급습 검거= 경찰은 2019년 9월 김씨의 필리핀 행각을 인지했다.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2012년부터 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수사 공조를 위해 파견하는 한국 경찰관)가 검거에 나섰다. 김씨 검거 프로젝트에는 ‘세부 작전’이라는 암호명이 붙었다. 코리안데스크는 여러 첩보를 바탕으로 김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그러나 김씨가 경찰 추적을 피해 수시로 거주지를 옮겨 다닌 탓에 검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21년 7월 마닐라 알라방의 김씨 거주지를 확인한 코리안데스크는 2개월 동안 잠복하면서 A씨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18일 그의 얼굴까지 확인한 코리안데스크는 필리핀 경찰특공대 등 30명의 무장 경찰과 함께 주거지를 급습했다. 경호원들부터 차례로 제압한 경찰은 인근 풀숲으로 맨발로 달아난 김씨를 체포했다. 2년여에 걸친 ‘세부 작전’은 이렇게 성공했다.


‘카지노’ 실사판 1조원 도박왕, 필리핀서 6년만에 잡아왔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조3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도박조직의 총책 A씨(44)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됐다.[사진제공=경찰청]

◆감옥에서도 잔꾀…송환까지 다시 2년= 경찰과 국가정보원, 필리핀 수사기관이 합세해 체포한 김씨를 국내로 송환하기까지는 체포 이후에도 2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필리핀 형사사법체계를 잘 아는 그는 현지에서 형사사건에 엮이면 재판 종결 전까지는 한국으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제3자를 시켜 자신을 사기와 특수협박 혐의로 2차례나 고소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송환이 계속 미뤄지자, 경찰청은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법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필리핀 법무부와 매주 실무회의를 열었고, 양국 간 공조로 지난달 18일 김씨에 대한 필리핀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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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막판까지 국내 송환을 늦추려고 발버둥 쳤다. 추방 결정이 난 뒤에도 다시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조수표 사용 등 조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게 한 것이다. 필리핀 법무부가 추방 결정을 번복하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이상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송환 협조를 재차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필리핀 법무부가 이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그의 시도는 불발됐다. 그리고 30일 오전 5시 김씨를 태운 마닐라발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길었던 도피 생활은 끝이 났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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