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21~30일까지 GSDC 클러스터 50% 셧다운
"전기료 급등·장비 추가에 예산 부족, 전기 아끼려"
"사전 협의해 연구에 지장 없게 할 것"
일부 연구자들 "한국이 가난한 나라냐" 반발
전기료가 없어 국가 전략 정보 자산인 슈퍼컴퓨터 설비 일부를 가동하지 못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연구 현장에선 "언제부터 한국이 전기료가 없어 컴퓨터를 세우는 신세로 전락했냐"는 한탄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는 지난 21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기 절약을 위해 내부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가 운영하는 클러스터 장비 중 50%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장비들은 본부의 주장비인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하지만 포항 방사광가속기 등 국내외 여러 실험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 설비다.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소들이 이 장비를 이용해 연구개발 작업을 한다.
중단 이유는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최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데다 매년 클러스터 장비를 추가 설치하면서 사용량도 큰 폭으로 늘어나 올해 책정된 기존 예산(약 4억원)으로는 해당 장비가 사용하는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부 측은 지난해 해당 클러스터 장비용으로 약 3억500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는데 올해는 두 배가 넘는 7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고 극성수기인 8월 중·하순에 장비의 절반을 꺼 최대한 전기 사용량을 줄이자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1988년 국가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 후 전기요금 때문에 운영이 축소·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식 본부장은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올랐고 전체 사업비는 한정돼 있어 올해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며 "연구원들이 휴가를 많이 가고 전기료는 비싼 성수기에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기 절약 및 효율화를 위해) 성능이 떨어지고 전기를 많이 먹는 오래된 장비들을 퇴역시키고 실험 별 할당된 자원의 양을 재분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운영 중단 전에 각 사용자 그룹과 긴밀히 회의를 해 양해를 구했으며, 국제 협약으로 약속된 자원에는 영향이 적게 가게 했다"면서 "연구자가 정말 시급히 필요한 경우엔 다시 켜서 지원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연구 현장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형묵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국가 슈퍼컴퓨팅본부를 통해 중력파 계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료가 없어 컴퓨터를 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처음 듣는 상황으로 충격적이었으며 의아하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올해 KISTI와 같은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수행하는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3%(9000억원) 늘렸다. 연구기관들은 물가 상승률 대비 사실상 삭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작년 대비 40% 상승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정부는 내년 출연연구기관 예산을 10.8% 삭감할 예정이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내년에는 여름 한 철이 아니라 일년 내내 설비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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