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7일(현지시간) 기업 실적, 경제지표와 함께 추가 금리인 가능성을 시사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을 소화하면서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장중 4.3%대를 돌파하며 투심을 짓눌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90.91포인트(0.84%) 떨어진 3만4474.8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3.97포인트(0.77%) 낮은 4370.3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7.70포인트(1.17%) 하락한 1만3316.93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예상을 웃도는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전장 대비 3%이상 상승했다. 월마트는 어닝서프라이즈에도 2%이상 밀렸다. 울프스피드는 전날 부진한 실적 여파로 17% 내려앉았다. 하와이안 일렉트릭 역시 최근 마우이섬 산불 관련 우려로 15%이상 떨어졌다. 볼은 BAE시스템즈가 항공우주사업 부문을 5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하면서 1.63% 상승마감했다. 테슬라는 2.83%, 애플은 1.46%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월마트를 비롯한 기업 실적, 경제지표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전날 오후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는 Fed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은 "대부분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상당한(Significant)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추가적인 긴축 통화정책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강세를 나타낸 경제지표들과 맞물려 즉각 장기물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전날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이날도 장중 4.3%대를 터치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연착륙 기대감, Fed 긴축 장기화 우려 외에 미 재무부가 국채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 역시 금리 상방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탈 놀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는 "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으나, 국채 부진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공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감소세로 돌아서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월6~12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만1000건 줄어든 23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우존스 추정치인 24만건도 하회한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전주 대비 3만2000건 감소한 172만건으로 집계됐다.
같은날 발표된 8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12까지 반등했다. 전월(-13.5)은 물론, 월가 전망(-10)보다 훨씬 개선된 수치다. 이 지수가 경기 확장세를 시사하는 플러스 영역을 기록한 것은 12개월 만이다. 이러한 반등은 신규주문지수가 대폭 개선되면서 가능했다고 CNBC는 전했다. 반면 미 콘퍼런스보드의 7월 경기선행지수는 0.4% 하락해 여전히 침체 위험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예상치에 부합한다. 콘퍼런스보드의 저스티나 자빈스카-라모니카 선임매니저는 "경기선행지수는 경제활동이 향후 몇달간 둔화하고 완만한 수축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계속해 시사하고 있다"면서 "2023년4분기~2024년1분기 짧고 얕은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미 유통공룡인 월마트는 이날 오전 월가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공개했다. 월마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이에 월마트는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TJX, 타깃 역시 올해 가이던스를 상향조정한 상태다. 이날 장 마감 후에는 로스스토어, 어플라이 머테리얼스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이밖에 부진한 경제지표, 부동산업체 디폴트 위기 등 중국발 경제소식도 여전히 투심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시장과 업종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랠리를 이어가던 뉴욕증시는 8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크리스 파시아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상반기 강력한 랠리가 7월까지 이어지면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증시 하락세)은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약간의 후퇴는 궁극적으로 시장에 건전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눈길은 이제 다음 주 잭슨홀 포럼으로 쏠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동결할 가능성을 88%이상 반영 중이다. 다만 연말까지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은 일주일 전 26%대에서 이날 32%대까지 뛰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차례다.
국제 유가는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1달러(1.27%) 오른 배럴당 8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로 풀이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3.4선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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