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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엔화가치는 안 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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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올랐는데도 여전한 '엔저'
8년 만에 100엔당 800원까지 추락하기도
금리상승에도 '초완화정책'은 그대로
미국과 비교하면 금리 수준도 아직 낮아
일본 물가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더 ↓

일본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습니다. “제주도보다 일본으로 놀러 가는 게 더 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올해 일본은 조금씩 기준금리를 높여왔습니다. 그럼 일본 화폐의 가치가 올랐어야 하는데 여전히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죠. 얼핏 보기에는 경제학 이론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건데요. 엔화 가치는 왜 이렇게 추락한 걸까요?


8년 만에 100엔당 800원으로 추락한 엔화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엔화가치는 안 오르나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발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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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제경제에서 화폐가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예전에는 1달러 환전에 1000원이 필요했는데, 이제 2000원이 든다고 생각해볼까요? 한국 안에서야 1000원으로 음료수를 사든 공깃밥을 추가 주문하든 값어치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달러와 비교해보면 가치가 떨어졌죠. 왜냐하면 과거에는 1000원이 미국의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졌지만, 지금은 1000원의 가치가 0.5달러(1달러=2000원)로 줄었으니까요. 이걸 어려운 말로 평가절하(원화약세)라고 합니다.


엔저라는 말의 의미도 마찬가집니다. 엔저는 달러나 원화 등과 비교했을 때 엔화의 가치가 많이 내려간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령 예전엔 한국인이 100엔을 환전하려면 1200원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900원으로도 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100엔어치 물건을 사려면 1200원이 필요했는데 이제 900원만 내도 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즐기다 올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엔화 가치가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낮은 건가 하면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있는 일이었습니다. 2020년 3월만 해도 100엔을 환전하는데 1100원이 필요했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엔화 가치가 정말 많이 낮아진 거죠.


화폐가치는 어떻게 오르고 내릴까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엔화가치는 안 오르나요?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폐가치는 왜 오르고 내릴까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기준금리입니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의 화폐가치는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건 그만큼 미국에서 이자를 많이 준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한국보다는 미국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하겠죠. 달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달러 가치도 그만큼 귀해질 거고요.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한국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그럼 엔화 가치가 떨어졌으니 일본의 기준금리도 내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기준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20일 일본중앙은행(BOJ)은 10년물 일본국채 금리 상한선을 ±0.25%에서 ±0.50%로 올렸습니다. 쉽게 말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졌단 뜻입니다. 지난달 말에는 이 금리를 연 1% 수준까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라면 일본의 기준금리가 올랐으니 원화 가치가 떨어졌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엔화 가치가 떨어졌으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선 일본의 금융정책이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일본은 금리를 올리기로 했지만 완화 기조는 고수하고 있습니다. 10년물 장기금리가 아닌 단기금리는 -0.1%를 여전히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요. BOJ도 금리를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아니라 금융완화 정책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조금 올리긴 했지만 기준금리를 전반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은 앞으로도 쭉 할 거라는 의사를 밝힌 거죠.


美 기준금리 높고, 日 실질금리는 오히려 낮아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엔화가치는 안 오르나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엔화가 아주 저렴한데 왜 투기 세력이 없지?’ 하고요. 어떤 물건의 값어치가 평소보다 매우 저렴하다면, 반등을 노린 세력들이 몰려들기 마련이죠. 수요가 많아지면 실제로 가격이 오르고요. 가치가 이렇게나 저렴하다면 투기 세력으로 인해서 가격이 급등해야 하는데, 엔화는 그럴 기미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미국 영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너무 높아졌거든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BOJ와 달리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습니다. 지난해 6월 1.75%였던 금리는 1년 새 5.50%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찔끔 올렸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훨씬 높습니다. 미국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엔화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한편에선 일본의 기준금리가 실질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겉으로 보면 기준금리가 오른 것 같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는 그렇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NHK는 “BOJ는 장기금리가 최대 1%까지 올라도 용인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실질금리가 물가 상승 여파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 중”이라면서 “엔화 환율이 실질금리를 따라 움직인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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