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돌파 눈 앞에 둔 원·달러 환율
美 연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배경
'킹달러'가 만든 고물가…고심 큰 한은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1300원을 돌파했고 1400원 돌파도 눈앞입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건 닷컴버블 붕괴나 9·11테러, 리만브라더스 파산 등 심각한 위기상황뿐이었습니다. 달러가 지나치게 비싸지다보니 시장에서는 '킹달러'라는 말까지 생겨났죠. 킹달러 현상은 왜 벌어지고 있을까요?
환율이란 내가 사는 나라의 돈을 다른 국가의 화폐와 교환하는 비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바꾸기 위해 한국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를 표시한 수치고요. 미국에서 1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 위해 1000원을 환전했다면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이 되는 겁니다. (참고 기사: [송승섭의 금융라이트]금융위기 수준 환율이 무서운 이유)
현재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6일 기준 1399.0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09년 3월 31일(142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1월만 해도 환율은 평균 1195.3원 정도였습니다. 1달러를 교환하기 위해 내야 하는 한국 돈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 거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대비 일본의 엔화는 최근 140엔대를 돌파했는데, 이는 24년 만에 가장 높은 환율입니다. 영국의 달러대비 파운드화 환율도 30여년만에 가장 높았고요.
그럼 환율은 왜 계속 바뀌는 걸까요? 환율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물량이 부족해 구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일수록,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싶어하는 운동화일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죠.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를 구하기 힘들수록(공급감소), 달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수요증가) 달러는 비싸집니다. 더 많은 한국 돈을 내야 1달러로 바꿀 수 있죠. 이러한 현상을 ‘달러강세’라고 부르는데 최근 시장에서는 킹달러라는 별칭도 생겼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는 9월에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금의 킹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연관돼있습니다. 연준은 높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미국 은행의 예·적금 금리와 대출금리도 오르죠. 달러를 가진 사람들은 투자하거나 돈을 빌리기보단 은행에 돈을 맡겨놓기를 원할 겁니다. 시중에 있는 달러가 줄어드는 겁니다. 달러 공급이 감소하면 그만큼 달러의 값어치는 비싸지겠죠.
또 미국의 기준금리는 가파른 인상으로 3.00~3.2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50%인 한국보다 높습니다. 같은 돈을 넣어놔도 미국에서 더 많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 돈을 맡겨뒀던 투자자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에 자금을 예치하고 싶겠죠. 다른 개발도상국에 돈을 맡겨뒀던 투자자들도 똑같은 생각일 거고요. 달러 수요가 증가하니 환율이 상승하는 셈이죠.
킹달러 현상이 만드는 고물가 시대
킹달러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우선 수입 물가가 비싸집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죠. 1달러짜리 미국 운동화를 수입할 때 1000원만 내도 됐지만, 환율 상승하면 똑같은 상품을 2000원이나 내야 합니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크겠죠. 해외에서 달러로 돈을 빌린 경제주체도 힘들어질 겁니다. 빚이 늘어나지 않아도 더 많은 원화를 마련해야 하니까요.
반면 고환율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외화예금에 돈을 넣어놓은 금융소비자라면 더 많은 이득을 얻었겠죠. 수출기업도 이득을 봅니다. 미국에 1달러짜리 물건 1개를 판 한국 기업은 1000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환율이 오르면 같은 물건을 팔아도 2000원의 수입이 생기니까요. 다만 지금은 다른 나라들도 한국처럼 똑같이 달러대비 환율이 오른 상황이라 수출경쟁력을 크게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높은 환율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우려가 큽니다. 국내 물가가 여전히 높은데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물가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가를 관리하는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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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외환당국에서도 긴밀한 모니터링과 개입에 나섰습니다. 외환당국은 지난주 달러를 거래하는 은행들에 달러 매수·매도 현황 3등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약 10억달러에 달하는 매도개입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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