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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부고’는 성인 추모하는 글 아냐…헌사 말고 인생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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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신문에선 전문기자 제도
아름다운 추억·공적 나열 아닌
한 사람의 솔직한 인생이야기로
무얼 이루려 했나·이유·달성 여부

[이 책 어때]‘부고’는 성인 추모하는 글 아냐…헌사 말고 인생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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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신문들에 실리는 부고는 업적, 명예, 친구들의 찬사를 지루하게 나열한 목록 형태를 탈피해 사회적 인지도나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전해주는 생동감 넘치는 ‘미니 전기’로 발전했다."


이 책의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 전문 기자다. 국내에는 생소한 직함이지만 ‘부고가 범죄 뉴스, 스포츠 소식만큼이나 매력적인 가십성 오락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영미권에서는 일찍이 전문기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유명인이 아니라면 죽음 이후 장례 정보만 간략하게 전하는 국내 언론과 달리 별도로 부고란을 마련해 고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한다.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고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에 저자는 생전에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준비하라고 권한다. 그는 본인만큼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고 스스로 준비하라고 권한다. 책은 그런 지침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흔히 부고는 고인의 삶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기록이라 생각한다. 대개 공(功)을 강조하며 미담 위주로 작성한다. 과(過) 언급은 고인에 대한 실례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부고는 사망공고를 넘어선 솔직한 ‘인생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정형화된 부고 틀에서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고인을 향한 헌사도 그중 하나. 헌사나 고인을 추켜세우는 수식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부고라고 생각하는 통념과 관련해 저자는 "부고는 성인의 반열에 오를 후보를 지명하는 글이 아니다"며 "독자들을 지치거나 짜증 나게 하는 자질구레한 내용은 빼라"고 조언한다. "(그런 내용은) 너무 뻔해서 흥미가 떨어지고, 대개 한없이 관대해서 믿음이 덜 간다."


대표적인 예는 긴 수상 목록 나열이나 배우자와 화목했던 관계 부각이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만 언급하라며 "하버드대에서 6주 과정을 수료했다면, 하버드 출신이라고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또한 심각한 가정불화가 의심될 만한 위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굳이 배우자와 다정한 사이였고, 자녀와 손주의 스포츠 행사에 참석한 헌신적인 면모를 부각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재미’를 부고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장례식에서 최고의 순간, 즉 슬픔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사람이 고인의 재미있는 버릇이나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을 상기시킬 때 찾아온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실수나 유쾌한 순간들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또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며 캐나다의 정치 만화가 마이클 드에더가 2021년에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쓴 부고를 예로 든다. 드에더는 자신의 어머니를 "쿠폰 수집가이자 수제 쿠키 장인, 위험한 운전자, 약자의 대변인, 무자비한 카드 플레이어이자 자칭 ‘퀸 비치(Queen Bitch)’"라고 소개하며 "세상의 모든 아이를 사랑했으나 자신의 친자식들은 얼마나 깨끗하게 면도했는지에 비례해 그만큼만 사랑했다. 손가락 욕을 잘했고, 굴욕을 참지 않았다"고 부언했다.


저자는 지난 7년간 총 800명의 부고 기사를 작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고를 직접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가족이나 지인 등이 선의로 부고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당사자보다 정확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유가족들은 고인에 관해 잔뜩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중략) 그러나 정작 고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놀라울 때가 있다"며 "유가족 대부분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인생에서 다른 길을 놔두고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본인에게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기록해놓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잘 드러내는 부고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이한 에피소드를 곁들여도 좋다. 저자는 자신의 부고에 넣을 에피소드로 2003년 여자 상사의 지시를 받아, 법인카드로 음경확대제를 주문해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대장균, 효모, 곰팡이, 납, 살충제 잔류물을 검출했던 경험을 손꼽았다.


저자는 부고 쓰기가 예술의 일부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말한다. "현대에 접어들어 부고는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삶을 형성한 사건, 원동력, 열정을 항상 잘 조명한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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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 정유선 옮김 | 396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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