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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화려한 말은 쉽게 잊히지만 다정한 말은 변화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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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멋진 말 하고 싶은 유혹 있지만
중요한 건 '진심'…그런 맘으로 책 펴내
다정한 말은 부드럽기만 한 말 아냐…배려 담겨야

2012년 MBC 공채로 입사한 이재은 아나운서는 12년째 ‘말’을 업으로 삼고 있다. 스포츠 방송부터 라디오, 교양프로그램을 거쳐 2018년부터는 뉴스데스크 앵커로 평일 저녁 시청자 앞에 서고 있다. 오랜 시간, 세상만사를 말에 담아 전하면서 많은 사람을 마주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에게 말을 건넸고, 상대의 말을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그간 마주한 말은 다채로웠다. 어떤 말은 화려했고, 또다른 말은 강렬했다. 기억에 깊이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쉽게 잊혔고,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변화를 이끈 건 다정한 말이었다. 수려하고 똑똑하게 말했던 사람보다, 따스한 눈빛으로 다정하게 말했던 사람의 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결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똑똑한 말이 아니라 다정한 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 깨달음을 책에 담았다. 왜 다정한 말을 써야 하는지, 다정한 말이 자존감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하면 다정한 말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개인 경험과 버무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더퀘스트)’란 제목에 담아냈다. 옆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물 같은 말의 가치를 설파하는 이재은 아나운서에게 말의 온기에 관해 물었다.


[책으로 만난 사람]"화려한 말은 쉽게 잊히지만 다정한 말은 변화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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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서 ‘바른말’을 전하고 있다. 말과의 동행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나.

▲10년 넘게 말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말이 가장 어렵다. 때에 맞는 표현 고르기, 상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하기,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고 확실하게 내 생각을 전하기 등이 정말 쉽지 않다. 혹시라도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불편하게 들리지는 않을지, 혹시 그때의 기분이나 감정에 치우쳐서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매번 생각한다. 그간 방송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건 똑똑하거나 논리적인 말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 역시 방송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재밌게 혹은 멋지게, 있어 보이게 말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더라. 그런 마음으로 책을 썼다.


-대학 때 언론정보학과 방송영상학을 전공했다. 그때부터 목표가 확실했던 것 같다.

▲아나운서의 꿈을 가진 건 꽤 오래전이다. 어릴 적 세계적인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에 관해 보고,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언론인을 꿈꾸게 됐다. 관련 학과에 진학하면서 확신은 더 커졌다. 그간 스포츠 방송, 라디오 DJ, 시사교양 프로그램, 지금 하는 뉴스까지, 감사하게도 정말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분야와 장르는 다르지만 늘 처음 마음과 사명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마음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거라 믿는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 있는 사람도 감사한 일이지만, 작고 사소한 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와 응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공감하며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수년째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고 있다. 말의 무게를 견디는 피로감이 많이 쌓였을 것도 같다.

▲다양한 방송으로 경력이 쌓이면서 더욱 말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내 말이 누군가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고 있다. 뉴스를 진행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관리에 힘쓰고 있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니 목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주변에서 열심히 사는, 지치지 않는 체력의 비밀을 자주 묻는데, 그건 끼니를 거르지 않는 열심이다. 맛있게 많이 먹고 그 에너지로 하루를 열심히 산다. 밥보다 좋은 건 없다.(웃음) 또 항상 정돈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남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 매일 큐티(QT·Quiet Time)를 하고 감사일기를 쓴다. 혼자만의 시간도 자주 보낸다. 바쁜 하루 중 잠시라도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도 혼자서 풀어낸다. 화면과 목소리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생각, 성품까지도 전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 개인 방송도 하고 있다.

▲처음엔 아나운서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참여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 형식이었는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하다 보니 의외로 재밌더라. 제 일상이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도전, 응원이 된다는 말씀들이 너무 감사했다. 그걸 계기로 개인 채널을 만들었다. 촬영과 편집을 직접 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런 시간이 제게 많은 위로가 된다. 매일 사건·사고 소식을 전하다 보니 때때로 마음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유튜브로 구독자분들과 소통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 예전에 라디오를 진행할 때 청취자분들과 가깝게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는데 유튜브도 비슷하다. 가까이서 응원해주는 든든한 친구 같은 기분이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라는 말에는 많은 경험이 스며있을 것 같다. 일례로 인터뷰하면서 달변보다는 다정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인상에 깊게 남은 사람이 있나.

▲몇 년 전 영화 ‘어벤져스’ 팀 내한 당시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닥터스트렌인지 역할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 로키 역의 톰 히들스턴,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에프와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유독 긴장되고 떨렸다. 할리우드 배우들 내한 일정은 매우 빡빡하기에 힘든 일정에 피곤해서 인터뷰를 제대로 안 해주면 어떡하나, 반복되는 인터뷰에 지쳐서 답변을 정성껏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혼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밝은 표정으로 저를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맞아줬다. 수없이 들었겠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건네야 하는 기본 질문에도 마치 처음 듣는 질문처럼 정성껏 답변해줬다. 특히 제 눈을 계속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는 모습에 감동하고 감탄하며 인터뷰를 했다. 심지어 시간 제약으로 준비한 질문을 다 건네지 못하자 직접 인터뷰를 더 하겠다고 말해줘 인터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들이 유명한 배우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다정하고 따뜻했던 배려 때문에 지금도 기억에 소중하게 남아있다.


-뉴스에서 다정한 말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가 생각하는 다정한 말은 무조건 부드럽거나 순한 말은 아니다. 듣는 사람을 고려하는, 배려의 마음과 태도가 함께 어우러진 말이다. 뉴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누가 들어도 쏙쏙 이해되는 쉬운 표현으로 뉴스를 진행하려 노력한다. 있어 보이려고 무게 잡고 말하거나 시청자를 가르치는 자세가 아니라 겸손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거다. 같은 표현이라도 좀 더 쉬운 표현은 없는지 고민하고 공부한다. 혹시 혐오나 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표현은 아닌지 앵커 멘트를 할 때도 고심한다. 사실 제 목소리가 전통적인 뉴스 앵커보다 높고 발랄한 편이다. 한때 콤플렉스로 여기고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무게감 있어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 옷이 아니면 오래 가지 못하더라. 시청자분들도 불편해 하시고…. 지금은 제게 맞는, 저다운 뉴스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게감은 부족해도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책으로 만난 사람]"화려한 말은 쉽게 잊히지만 다정한 말은 변화 이끌어내"

-말은 무형의 발현이다. 다정한 말은 결국 다정함의 내재를 전제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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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부정적인 말을 습관처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짜증난다, 망했다, 미치겠다, 못하겠다처럼…. 기분이 그대로 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 흥분을 이기지 못해 거친 말을 그대로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은 말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 분위기에서 그 기운이 그대로 느껴져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이것밖에 못할까’ ‘왜 남들이랑 다를까’처럼 나를 향하기도 한다. 이럴 땐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른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는 거다. 사실 저도 뉴스를 하고 퇴근하는 길에 자책을 자주 했다. ‘왜 이렇게 못했지’ ‘왜 실수했지’ ‘한 번이라도 멋지게 잘할 수는 없나’ 이런 생각들로 너무 괴로웠다. 그럴 때 나를 인정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자신에게 건네니 달라지더라. 세상 기준과 달라도, 부족하고 어리숙해도 있는 모습 그대로 나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니까. ‘잘하고 있어’ ‘이대로 충분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멋져’와 같이 따뜻한 말을 자신에게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저 역시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에 담은 그런 마음이 독자분들께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방송영상학을 복수 전공했다. 2012년 MBC에 입사해 라디오방송을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방송, 시사 프로그램 등을 거쳐 현재 MBC 간판 아나운서로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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