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학부모 민원 사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권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학부모 민원에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2년 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몇 년 새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직 생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과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아이들을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악성 민원 사례에 대해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하자 놀란 선생님이 소리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보호자가 '소리 지른 것에 놀라 (아이가)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며 교사를 정서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서 '하지 말라'고 제지했더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해서 망신을 줬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며 "그래서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내 따로 이야기하면 '왜 내 아이가 수업을 못 받게 학습권을 침해하느냐'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든지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A씨 또한 비슷한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임신해서 만삭일 때 배를 발로 차고, 침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아이가 특수학급 아이였고, 학부모도 예민한 분이었다.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해서 사과를 못 받고 그냥 덮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제대로 된 훈육은 체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과정을 스스로 경험해 보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는 교육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서이초 1학년 학급 담임교사였던 B씨는 지난 18일 오전 등교 시간을 앞두고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B씨의 사망 경위를 제대로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특히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유족 동의를 받아 일부 공개한 B씨의 일기에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OO(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며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적혀 있었다.
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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