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F-16 구입·관세동맹 실익 얻어
튀르키예(터키)가 그간 반대했던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럽 순방길에 오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도 하기로 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대가로 많은 외교적 이익을 거뒀다는 평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회동하고 스웨덴의 나토 비준안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 이후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에는 "튀르키예의 가입 비준안이 통과되도록 의회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튀르키예가 비준안 처리를 미루면서 회원국에 합류하지 못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반(反)이슬람 시위를 용인한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했다.
여기에 이날 회동을 앞두고 튀르키예가 돌연 스웨덴의 나토 비준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자국의 EU 가입 절차 재개 협조를 내걸면서, 비준안 처리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겹쳤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가입 절차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EU·튀르키예 관세동맹 개편, ‘비자 자유화’(사실상의 비자 면제를 지칭) 등을 돕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테러 대응을 위한 새로운 양자 안보 협정도 체결하기로 했다. 그간 튀르키예가 요구해온 PKK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이 협상의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해오던 미국은 전격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11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진행한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설명을 통해 "유럽과 대서양 방위 강화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 및 튀르키예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튀르키예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는 튀르키예를 상대로 강력한 압박을 이어오는 한편, 튀르키예의 숙원 사업인 F-16 전투기 판매를 지지하는 등 유인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권을 두고 많은 외교적 실익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F-16 전투기 구매와 PKK에 대한 강경 대응모두 튀르키예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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